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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始 : 개요] 문화 전파를 역추적해 사라진 고려 문화 찾기

by 롱카이 202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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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나라들이 공유하는 문화

전세계 밈이 된 안도네시아 아우라 추수 보트 소년
전세계 밈이 된 안도네시아 아우라 추수 보트 소년

지금은 신냉전이다, 블록 경제의 시대로 돌아섰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의 문화가 퍼져 어느 나라에나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SNS로 많은 걸 공유하면서 발생한 현상이죠. 최근에는 틱톡Tik Tok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Youtube 등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플랫폼이 생기며 어느 나라의 한 영상이나 밈이 뜨면 어느 새 전세계가 그걸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만 봐도 인도네시아의 아우라 추수 축제의 뱃경기에 나온 한 소년의 시크한 춤이 전세계에 크게 화제가 되었죠.

일본 만화와 한국 만화
일본 만화와 한국 만화

그 이유는 뭘까요? 너무도 간단합니다. 좋고 재미있으니까요. 다른 거 다 떠나서 보기에 좋아 보이기 때문에 수용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죠. 이처럼 전세계는 어느 나라든 웬만하면 문화가 탄생한 기원국이 그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나라든 나쁜 나라든 뭔가 좋은 문화가 있으면 그걸 받아들이고 현지화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일본에서 시작한 문화가 한국, 중국을 거쳐가는 레퍼토리이죠. 20세기 문화 선진국이었던 일본에서 많은 만화, 노래, 드라마, 영화 등이 나와 J-POP을 이끌었습니다. 그걸 21세기 초 한국이 일본 문화를 받아 처음에는 똑같이 따라하다 점차 한국만의 색을 입혀 현지화한 K-POP이 나왔지요. 그리고 이제는 K-POP을 보고 자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더우인抖音(틱톡Tik Tok)과 왕훙網紅 기반 쇼츠와 게임, 영화 등으로 무장한 중국 문화가 슬슬 전세계로 퍼뜨리고 있습니다.

일본 게임 문화를 응용 발전시킨 중국의 게임 문화
일본 게임 문화를 응용 발전시킨 중국의 게임 문화

이렇게 한 나라에서 시작한 문화는 다른 나라로 퍼져 그 나라에서 현지화되고, 그게 또 다른 나라로 가 현지화되어 또 퍼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문화가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을 거점으로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퍼진 사례가 넘쳐납니다. 19세기 문화 대부분은 그렇게 퍼졌어요. 또한 우리가 체감하기 쉬운 건 일본에서 시작한 문화가 한국을 거쳐 중국을 거점으로 퍼지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원신原神 같은 모바일 게임입니다. 일본 애니와 게임에 나오는 화풍인데 만들고 배포한 곳은 중국이죠.
 
 
 

  • 문화 원조국보다 문화를 더 잘 보존하는 소비국

한류 원조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돌 세대가 극명히 나뉜다
한류 원조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돌 세대가 극명히 나뉜다

여러 나라에서 원조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현지화하면서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납니다. 근데 재미있는 건 역으로 문화 원조국은 자기네들이 창조한 문화를 오히려 삭제해버려요. 문화를 만드는 문화 선진국은 끊임없이 문화를 발전시키는 진화 현상이 일어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기존 것은 촌스러운 옛 것이 되어버리니 스스로 버리고 망각합니다. 한국의 K-POP이 그런 코스를 밟고 있어요. 한류 아이돌에서 아주 명확하게 보입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슈퍼주니어가 대세이다

지금 한국에서 슈퍼주니어 같은 2세대 아이돌은 인기가 없죠. 1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에 슈퍼주니어만의 캐릭터는 지금 한국에서는 안 먹힙니다. 슈퍼주니어 같은 그룹 만들면 무조건 망하고, 또 이제 10대는 슈퍼주니어 그룹를 모릅니다. 김희철, 신동 이런 특정 인물은 알아도 슈퍼주니어 그룹의 정체성은 이해하지 못하죠. 반면에 여전히 슈퍼주니어가 대세인 나라가 있습니다. 칠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런 나라이죠. 심지어 타이완은 2세대 아이돌인 슈퍼주니어가 4세대 방탄소년단보다 더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슈퍼주니어 영향을 많이 받은 SpeXial
슈퍼주니어 영향을 많이 받은 SpeXial

그래서 타이완은 슈퍼주니어의 정체성인 인원 추가로 캐릭터성 확장성과 여러 예능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모습을 그대로 본뜬 SpeXial 그룹이 탄생했고 타이완과 동남아시아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슈퍼주니어 같은 아이돌 그룹 만든다 하면 "방탄소년단 같은 애를 만들어야지 왜 옛날에 하던 슈퍼주니어를 또 만들어?" 이런 반응이 나오겠죠. 하지만 타이완은 그걸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지금까지 나온 타이완의 아이돌은 대부분 슈퍼주니어 정체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1을 아직도 소비하며 즐거워하는 나라들이 많다
오징어 게임 1을 아직도 소비하며 즐거워하는 나라들이 많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를 생산하는 원조국은 치열한 내부 경쟁 때문에 스스로 만든 문화가 빨리 철이 지나 폐기되는 현상이 많이 일어납니다. 반대로 문화를 소비하는 나라는 한 번 받아들인 문화는 쭉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한국인이라면 해외 나갈 때 경험한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 호텔 등에서 티비를 키면 간혹 가다 한국의 2000년대 초반에 하던 드라마를 아직도 상영하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심지어 한 두개도 아니고 24시간 내내 트는 경우이죠. 특히 오징어 게임 1이요. 2021년에 나온 드라마로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오징어 게임 1의 초록 유니폼을 좋다고 입으며 즐기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제 오징어 게임 1 내용이 가물가물한 수준이죠.
 
 
 

  • 중화中華에서 탄생한 문화를 흡수한 한자문화권

중화와 한자문화권의 정체성을 확립한 한나라
중화와 한자문화권의 정체성을 확립한 한나라

이건 옛날이면 더 심했습니다. 지금처럼 새 정보가 빠르게 업로드되는 스마트폰과 SNS가 없는 시대였기에 더더욱 그랬죠. 그 옛날에는 문화 원조국에서 오랜 노고를 들여 만든 문화를 문화 수입국이 받아 오래 보존하는 경우가 일상적이었습니다. 중국, 월남, 한국, 일본 이 네 나라가 있는 한자문화권에서는 중국이 문화 원조국이었죠. 가장 오래된 문명 역사를 가지고.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민족을 흡수하고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를 스스로 창조한 중국은 한대漢代에 마침내 중화中華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아스카데라
아스카데라

그리고 월남과 한국은 한漢의 지배를 받으며 그 선진 문화를 직접 받았지요. 비단 옷 등 물질적인 문화 뿐만 아니라 한자와 율령, 관복, 유학, 율령 등 고도로 추상화된 개념도 수입했습니다. 이후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고대 국가들이 등장하며 중화의 직접적인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중화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그 문화를 일본에 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백제가 중국에 받은 선진 문화를 일본에 전해준 것이죠. 덕분에 중국에서 출발한 한자와 불교, 율령, 법치 통치 이념이 백제를 거쳐 일본에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중화 주도의 천하 질서를 시작한 당나라
중화 주도의 천하 질서를 시작한 당나라

그리고 중국에서 한漢이 붕괴되고 몇백년 간의 내전을 거쳐 마침내 당唐이라는 통일 국가가 등장하면서 한자문화권의 정체성이 확립되었습니다. 전에는 단순히 중국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주변국이 건너 건너 자기들이 알아서 선택적으로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당唐나라는 당唐을 천자국, 주변국을 제후국으로 임명해 주변국을 당唐나라 질서를 따르는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비로소 중화中華 중심의 천하 질서가 확립된 것이며, 문화도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중국 당나라 문화를 보존한 일본 뵤도인
중국 당나라 문화를 보존한 일본 뵤도인

그럼 우리가 위에서 확인한 현상을 이 중화中華 중심의 한자문화권 질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당唐나라 이후로 중국에서 등장한 문화는 월남, 한국, 일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은 문화 원조국으로써 끊임없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과거의 문화는 폐기하며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월남, 한국, 일본은 중화 문화를 받아들여 최대한 보존하며 자기만의 것으로 응용했고요.

중국 황제복을 그대로 답습한 월남 황제복
시기 별 중국 황제복을 그대로 답습한 월남

물론 나라마다 중화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냐가 다르긴 합니다.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과 월남의 경우, 중국과 접촉할 일이 많았기에 중국에서 새로운 문화가 나왔다하면 그걸 바로 업데이트했어요. 한국은 딱 중국 송대宋代 문화까지 받아들였고, 월남은 중국 명조明朝의 문화도 바로바로 업데이트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섬나라이고 중국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당唐나라 때 빼고는 잘 만나지도 않았어요. 때문에 일본은 딱 중국 당대唐代에 등장한 문화까지만 업데이트하고, 그 너머는 일본에서 재창조한 것입니다.

중국 송나라의 백자 문화는 한국의 조선에 전해져 꽃피웠다
중국 송나라의 백자 문화는 한국의 조선에 전해져 꽃피웠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주변국과 비교하며 이런 농담을 던지기도 하죠. "명나라는 베트남에 가면 볼 수 있고, 송나라는 한국에 가면 볼 수 있고, 당나라는 일본에 가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청나라 밖에 없다." 이렇게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문화가 꽃피웠던 조선시대의 문화 기원을 거슬러가면 중국 송나라 선비 문화가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 그렇다면 이걸 이용해 고려高麗 모습을 역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송나라 민속화
송나라 민속화

그래서 저는 이런 문화의 상대성을 역으로 이용해 한국에 잘 안 알려진 고려高麗 모습을 추적하는데 사용할 겁니다. 고려는 물론 시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중국 당대唐代와 송대宋代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였습니다. 때문에 당唐과 송宋의 문화를 역추적하면 고려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죠. 물론 이 방식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수 밖에 없습니다만, 여기에 이제 고려에 남아있는 기록들을 좀 합치며 그래도 고려의 옛 모습에 최대한 수렴하는 모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당/송 건축 양식을 가진 베트남 후 레 왕조 시기 탕롱 황성 핵심 전각 구조
당/송 건축 양식을 가진 베트남 후 레 왕조 시기 탕롱 황성 핵심 전각 구조

그리고 가급적이면 중국 한 나라의 사례 말고 한자문화권 전체에서 사례를 찾아서 교차 검증을 하려고 해요. 왜냐면 한국과 중국 사정은 다르기도 하고 또한 당唐과 송宋의 문화 중에 중국에 없는 문화도 있거든요. 이건 월남과 일본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월남도 오랜 전쟁으로 대부분 초토화되어서 이제 막 복원 연구하고 있는 단계이고요, 일본은 꽤 잘 보존되어 있더라고요. 여튼 이런 식으로 한자문화권에 흩어진 퍼즐을 맞춰 고려高麗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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