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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始 : 개요] 잘 안 알려진 미지의 나라, 고려

by 롱카이 202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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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하리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고려高麗

백제문화제
백제문화제

우리나라,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고려는 이상하리만큼 관심도가 적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는 유적도 많고 축제도 많이 열고 관련 박물관도 많지요. 지금은 덜하지만 2000년대 초반 TV 프로그램 전성기 시절에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 드라마들이 쏟아져나왔고요. 특히 요새는 백제와 관련된 축제들이 많이 활성화되었어요. 공주, 부여, 익산, 서울 이렇게 옛 백제의 수도였던 지역에서 혼을 담은 축제로 백제를 널리 알리고 있죠. 덕분에 신라에 밀렸던 백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조선시대는 이제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요. 국내에서 만드는 사극의 90%는 조선시대인 것 같아요. K-POP의 지원을 받아 외국에서 재창조된 문화도 다 조선시대고요.

강감찬축제
강감찬축제

그에 반해 고려시대는 일단 미디어에 너무 없고 비참하게도 축제 등 지역민들이 알리고 보호하려는 것조차 없어요. 그나마 서울시 관악구에서 열리는 강감찬 축제가 알려진 축제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려시대를 알리고 기리는 축제에요. 근데 그마저 특색이 없어요. 강감찬 동상이 전부인지라 냉정히 말하면 볼게 없죠. 때문에 고려에 대한 이미지도 없어요. 고려시대는 매우 찬란했던 시대였는데 왜 이렇게 '고려시대'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없을까요? 대한민국도 마냥 손을 놓은 건 아니거든요. 고려청자 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부안, 강진에 고려청자를 기리는 공간도 많이 만들었고, 강화도와 관악 등 고려시대의 핵심 지역에서 고려를 알리려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다 물거품이 되었죠. 이렇게 고려高麗 인지도가 최악이 된 건 크게 추리면 3가지가 있어요.
 
 
 

  • 휴전선 너머에 잠든 고려高麗

경주가 남한 땅에 있기에 우리는 신라 문화에 익숙하다
경주가 남한 땅에 있기에 우리는 신라 문화에 익숙하다

첫번째 이유는 사실 매우 간단하죠. 고려의 중심지가 휴전선 너머 북한에 있으니까요. 아무리 나라가 지방분권이 된다 한들 결국 유물이 나오고 나라의 이미지 역할을 한 곳은 수도에요. 옛날에는 더하면 더했죠. 백제는 서울, 공주, 부여, 익산 이렇게 수도가 4개나 있었고, 신라는 경주에 1,000년 동안 말뚝박기를 하고, 가야는 고령, 합천, 창녕, 상주 등 여러 곳에 오래 머문 연맹왕국이니 그 지역에 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이 나오며 이미지를 형성하죠. 조선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도로 쓰이는 서울이라는 깡패 도시가 있으니 자료가 넘쳐나다 못해 터져나오는 거고요.

고려의 중심지는 북한에 있다
고려의 중심지는 북한에 있다

근데 고려는 중심지였던 개경開京과 서경西京 모두 하필이면 북한에 있어요. 개경開京은 개성開城으로, 서경西京은 평양平壤이라는 이름으로 있죠. 북한의 중심지인 평양 만수대가 옛날에는 고려의 제2수도였던 바로 그 위치에요. 거기를 북한이 싹 밀고 광장으로 만들어놨으니 고려의 흔적도 보기 힘들죠. 하필 세계에서 가장 폐쇠적인 북한이 고려 핵심지를 먹고 있으니 우리나 외국인들이 고려 모습을 알기 힘들어요. 심지어 대표적인 친북국가인 러시아, 중국마저 북한의 고려 연구나 유적 등에 접근하기 힘들어요. 그러니 우리들도 고려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죠.
 
 
 

  • 불교가 독이 된 고려高麗

화장으로 장례를 치루는 불교 문화
화장으로 장례를 치루는 불교 문화

불교도 영향을 미쳤어요. 고려高麗는 한국사에서 대표적인 불교 국가이죠. 그리고 불교는 모든 것은 순환하기 때문에 집착은 의미가 없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죠. 그러다보니 불교 문화가 강해 기록을 잘 안 남기고요, 다비식이라고 사람들이 죽으면 그들이 입던 거나 쓰던 것들을 함께 화장해서 재로 만들어버리는 특징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후세 입장에서는 뭐 남는 게 없는 거죠. 이건 고려 뿐만 아니라 불교&힌두교 문화권의 특징이에요. 일단 종교 경전을 제외한 건 웬만해서는 잘 기록하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들도 다 불태워 무無로 만들어버린단 말이죠. 인도, 스리랑카, 타이, 캄보디아, 라오스, 힌두교 시절 인도네시아 등 불교&힌두교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이에요.

석조 불탑과 조각 등 극소수만 남은 고대 인도 기록
석조 불탑과 조각 등 극소수만 남은 고대 인도 기록

원조국인 인도의 경우, 불교&힌두교 시절이 이슬람 시절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그 때의 모습을 기록한 건 10%도 안되고, 대부분이 이슬람 시기의 기록이에요. 심지어 그 10%도 인도 안의 기록이나 유물은 거의 없고 인도 인접국인 이란이나 중국, 아랍, 헬레니즘 제국 시절 그리스의 기록이 대다수입니다. 이란이나 아랍인의 인도 여행기, 중국 승려의 왕오천축국전 등 외국인의 눈으로 본 기록물로 인도의 옛 모습을 복원할 정도에요. 아니면 아잔타 석굴 등 파괴하기 진짜 힘든 벽화의 모습 가지고 연구하거나요. 타이의 경우도 자기네 기록은 거의 없고 중국 사신이나 유럽 상인의 기록에 대다수를 의존한답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김부식의 삼국사기

그나마 고려에는 유학儒學이 있었기에 인도 등 다른 불교국가만큼 심각한 수준까지는 안 갔어요. 공부를 통해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며 발전시키는 걸 매우 강조한 유학儒學은 기록에 미친 이념이었거든요. 김부식, 이색 등 대유학자들이 고려의 모든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고, 마침 중국도 불교가 융성하지만 유학儒學이 디폴트여서 고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기에 지금 그나마 이 정도로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죠.
 
 
 

  • 전란으로 파괴된 고려 자료

구대륙 문화를 소멸시킨 몽골 침입
구대륙 문화를 소멸시킨 몽골 침입

근데요, 지금 남아있는 고려 기록이 많이 없어요. 분명 고려시대 때 기록물이 많았거든요? 근데 지금 남는 건 아주 극히 일부에요. 그 이유는 잦은 대전쟁으로 기록이 불타버려서 그래요. 일단 고려 말에 전지구적인 리셋 이벤트인 몽골 침입이 있었죠? 어머니 대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감히 대지 위에 인공물을 세우는 걸 허용하지 않은 몽골군들이 닥치는데로 불태우고 파괴했으니 말이죠. 몽골은 1206년부터 50년 간 전세계를 초토화하고 다녔기에 고려 뿐만 아니라 구대륙의 대부분 나라들은 유독 1100~1250년 사이의 기록과 유적, 유물들이 텅 비어있어요. 몽골이 다 부셨으니깐요.

임진왜란
임진왜란

이것만 해도 큰 비극인데 한국에는 2차로 고려시대 모습을 날려버린 사건이 있어요. 바로 임진왜란이에요. 임진왜란 초창기에 일본군이 한반도 전역을 휩쓸면서 전국이 전쟁터가 되었죠. 이 때 일본군이 처음에 진격할 때는 조선에 있던 기존 자료나 유적들은 안 건드렸어요. 문제는 조명연합군이 반격하며 밀리자 전국 각지에서 큰 충돌이 발생했고 일본군이나 조명연합군이 전투 중이나 후퇴할 때 싹 다 불태워 파괴했죠. 이 과정에서 조선시대 전기에 살아남은 고려후기 유적들이 절멸해버렸어요. 조선 건국 당시 조선 정부는 고려 황족은 절멸시켜도 고려 유적은 보호했는데 그게 무색하게 임진왜란 때 대부분 사라졌어요. 그 뿐만 아니라 그 때 살았던 사람들도 임진왜란 전 조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었지요. 차차 풀어갈 건데 임진왜란과 이은 경신대기근은 조선 전기 문화를 완전히 없애고 조선후기 문화로 바꿔버린 사건이었어요. 때문에 지금도 우리는 조선후기 문화나 잘 알지, 임진왜란 전 조선전기 모습을 잘 몰라요. 그게 사실입니다.

한국전쟁
한국전쟁

이걸로 끝이 아니에요. 더 있어요. 아무리 전쟁이라 해도 근대 이전 전쟁 때는 성벽이나 궁궐터, 석탑 등 석조유물 같이 단단한 건 잘 파괴하지 못했지요. 근데 그렇게 살아남은 기록과 자료들에게 사형선고를 한 사건이 또 있어요. 한국전쟁이죠. 현대화된 대규모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은 좁은 땅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지요. 그 과정에서 남한군과 북한군끼리의 교전도 많은 한국 기록을 없애는 원인이었지만, 압도적인 이유는 미군의 대규모 폭격이었어요. 저는 미군의 행위를 규탄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그저 미국이 북한에 가한 대규모 폭격 과정에서 고려 문화재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만 전달하는 것 뿐이죠.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폭격 지역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폭격 지역

아무래도 북한의 중심지가 평양 인근인 평안도였으니 미군이 평안도를 석기시대로 만들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성과 평양, 함흥, 귀주 등 고려의 중심지였던 곳이 재로 변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고려 문화재들도 대거 사라졌어요.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통일하든 북한이 개방하든 해서 북한 고려 유적지에 가도 뭐가 없어요. 다 파괴되어서 터도 온전치 않거든요. 그리고 북한도 고려시대 모습을 잘 모르기도 하고 남은 게 조선후기 문화라 고려나 조선전기를 복원한답시고 전부 다 조선후기 모습으로 복원하기도 했고요. 거기에 주체사상 선전을 위해 왜곡까지 해버렸으니 고려 모습이 온전히 남지 못했어요.
 
 
 

  • 그럼에도 조금씩 되돌아오는 고려

고려시대 모습
고려시대 모습

이 꼴이니 남은 고려시대 이미지가 없는 게 당연하죠. 그럼에도 다행히 많은 사학자들과 예술인들이 최근 고려시대에 관심을 가지고 고려의 모습을 하나씩 복원해가고 있어요. 물론 자료가 워낙 없으니 재현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요.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고려시대의 모습이 조금씩 재현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도 이들이 복원하는 고려의 모습을 정리해서 나누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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