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高麗를 기록한 자료들
제가 테마 [고려]를 준비할 때 여러 자료를 참고했지요. 그리고 그 중 1순위는 당연히 그 당시의 기록 그 자체입니다. 일단 국내외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기록물들은 꽤 있어요. 많은 전란으로 상당히 많은 기록이 사라졌지만, 다행히 고려高麗 뒤의 나라가 기록에 미친 나라 조선朝鮮이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두었고, 덕분에 끝까지 살아남은 기록들이 있어 우리가 볼 수 있지요. 생각보다 많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테마를 준비하며 여러 자료를 참고했답니다. 여기서는 그 자료들 중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할게요.
- 고려高麗를 기록한 서적들
-고려사高麗史

조선시대 때 고려의 모습을 기록한 사서입니다. 조선朝鮮 건국 직후부터 여러 대신들이 달라붙어 고려시대의 기록들을 모아 옛 왕조를 쭉 정리한 기록물이죠. 역시 기록에 미친 왕조답게 조선朝鮮은 나라를 막 세우자마자 고려시대 때 편찬했던 고려실록高麗實錄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데이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조선 초대 국왕인 태조 이성계 내용도 상세히 추가했고요. 어찌 보면 고려실록高麗實錄의 백업 용 업데이트 버전이죠.

덕분에 고려시대 때의 용어나 사상 등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지금 우리에게 닿았습니다. 물론 조선은 이념이 유학儒學이라 고려시대의 주류인 불교佛敎 부분을 일부러 제외해 불교佛敎 부분이 약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보배이죠. 그리고 이 위대한 기록물을 집필할 것을 명하신 분은 그 위대하신 세종대왕이십니다. 비록 조선이 고려를 전복하고 세운 나라이므로 고려는 역적 국가로 낙인찍어야 하는 위치였지만, 세종대왕은 고려도 엄연한 우리 역사니 왜곡 없이 기록해야한다고 집현전 학자들을 닥달해 기어코 귀중한 자료를 남기셨습니다. 참 여러모로 한민족의 명군이에요.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고려사高麗史는 분량이 아주 방대합니다. 474년이라는 장시간 존속한 왕조였기에 당연하죠. 그러다보니 아무리 기록을 중시해 기록하고 보고 또 옮겨 적는 조선이라 하더라도 그 많은 고려사高麗史를 다 보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려사高麗史를 편찬한 공신들이 요약본인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도 함께 작성했어요. 이게 요약본이라고는 하지만 고려사高麗史에 없는 내용도 꽤 있어서 좋은 참고거리에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기록이에요. 풀네임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흔히 불리는 이름은 고려도경高麗圖經인 이 기록은 당시 중국이었던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해 고려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글과 그림으로 남긴 기록이에요. 굵직한 역사적 흐름을 집중적으로 다룬 다른 정사正史와 달리 이 기록은 고려 중기의 풍습, 일상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 뒤 기록한 것이어서 고려 민속을 참고하는데 큰 도움이 되요.

참 아쉬운 점이 도경圖經이라는 이름답게 글과 그림이 있는 문서였는데,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은 몇년 뒤 중국 송나라가 금나라에게 화베이 일대를 상실한 정강의 변으로 불타버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자 서긍의 조카 서천이 글로만 복구한 버전만 남아있어요. 즉, 지금 전해지는 버전은 서천이 작성한 글만 있는 기록이죠. 그래서 기록한 옷이나 민속 모습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어려워요. 글로만 유추해야 한단 말이죠. 그래서 고려시대를 가장 자세히 묘사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기록에 따라 고려를 제대로 복원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참 아쉬운 일입니다.
-계림유사鷄林類事

이건 고려도경高麗圖經 이전 송나라 손목이 고려에 사신으로 와 고려의 모습과 언어를 작성한 기록이에요. 특히 고려에서 사용하던 표준어와 방언을 기록했기 때문에 고려시대 당시 사용되었던 말을 연구하는데 많이 이용하는 기록입니다. 조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기 전 한국어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죠.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고려시대 사료 DB
https://db.history.go.kr/goryeo/
이 귀중한 자료는 하필이면 한문漢文으로 쓰여있어 우리가 읽기 어렵죠. 중국어나 일본어 등 한자문화권 언어를 안다 해도 현대 중국어, 일본어와 한문漢文은 완전 다른 언어여서 어짜피 못 읽습니다. 한문漢文을 쓰던 당시에도 한문漢文은 구어체와 완전 다른 문어체였으니, 전공자만 읽을 수 있지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고맙게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해주었으니 말이죠. 궁금한 게 있다면 여기서 찾아보면 되요.
- 불화 등 고려 기록물

정사正史 만으로 정확히 알기 고려의 모습을 이미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불화 등 그림에 묘사한 모습을 관찰하면서 분석하는 것이에요. 물론 불화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어서 진짜 고려시대 때의 모습 그대로 담았다고 확신하기 어려워요. 특히 건축물이나 부처 의상 등은 조금 과장이 있겠죠. 하지만 결국 예술가들이 생각하는게 거기서 거기이고 출처는 전부 현실의 모습이니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 모습을 추적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에요.

그리고 불화만 있는 건 아니고 당연히 풍속화들도 남아있죠. 풍속화는 더더욱 현실에 가까운 법입니다. 잦은 전란 때문에 고려시대 풍속화 등 그림이 조선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그래도 몇 점이 국내, 일본, 유럽 등에 남아있거든요. 그 그림을 참고해 고려시대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죠. 학계에서도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한답니다. 때문에 저도 고려시대 그림들을 참고해서 고려의 모습을 재현해볼거에요.
- 그럼에도 없는 것은? 결국 추정으로

근데 앞서 말했듯이 고려 기록이 정말 없어요. 그럴 때는 해외 사례를 볼 수 밖에 없어요. 중국, 일본, 월남 이 한자문화권은 결국 중화문화라는 뿌리를 공유하고 있고 서로 교류했기에 서로의 문화가 남아있거든요. 예를 들어 중국 당나라 문화가 일본에 지금도 남아있다던가, 일본 문화가 베트남에 남아있는 등 한 나라에서 소멸한 문화가 다른 나라에 남아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특히 일본에 많이 남아있답니다.

물론 일본도 일본만의 문화를 발전시켰지만, 워낙 외부 교류가 적었던 섬나라여서 외부에서 온 선진 문물이 안 사라지고 오래 남았거든요. 또한 일본은 다이묘 간 파벌 전투가 빈번할 뿐, 몽골 침입 같은 절멸 전쟁이 많지 않아 중국, 한국, 월남보다는 옛 문화가 파괴되지 않은 편입니다. 일본에 남은 백제 문화는 이미 유명하죠. 그 외에도 중국 당나라 문화가 지금 일본에 많이 남아있어요. 이는 똑같이 당나라 문화를 받아들여 일상에 녹인 통일신라, 고려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이 일본에 남아있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죠.

또한 중국도 문화대혁명이라는 광풍이 불었음에도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땅덩어리가 넓고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기록을 아주 중시하던 나라인지라 기록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보존되었어요. 이건 고려와 동일 시대인 송나라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특히 송나라 때는 민생을 굽어살피는 걸 중시하는 유학儒學이 발달한 시기여서 민중 모습을 그린 풍속화가 많이 남아있어요. 그리고 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송나라 문화와 고려 문화가 비슷하다고 적혀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미국의 옷차림, 예능, 프랜차이즈, 인터넷을 이용하며 미국 중심의 문화를 따라하듯이 옛날 고려시대 때는 송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공유했거든요. 그래서 중국에 남은 송나라 기록을 토대로도 추적합니다.

월남의 경우는 사실 고려 문화와 조금은 달라요. 양쯔강 이남 중국 문화와 더 가깝죠. 하지만 유독 월남과 고려의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바로 기가 막히게 외왕내제를 한 부분이에요. 월남과 고려 모두 중국에게는 스스로를 왕국이라 칭하며 사대했지만, 다른 나라에게는 스스로를 황제국이라 칭하며 갑질(?)했거든요. 이렇게 이중 외교를 하다보니 궁궐이나 복식 등 면에서 왕국 같으면서 황제국 같은 이중 플레이를 해야 했어요. 거기에 도가 튼 나라가 월남이거든요. 그리고 고려도 월남과 비슷하게 외왕내제를 했다고 기록에 나와있기에 외왕내제를 실현한 모습을 참고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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