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두고 떨어진 같은 민족의 나라
러시아 북부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두 나라는 바다를 경계로 서로 떨어져 있지만 같은 핀족에 속하며 언어도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상 대화에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언어가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같은 핀 신화를 공유해 뿌리가 같고 고대부터 서로 교류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두 나라는 서로를 동격의 나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더운 여름을 맞이해 바다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핀족의 나라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볼거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위치를 한번 봐야겠죠?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북유럽과 동유럽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둘 다 러시아와 인접해 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트르크부르크로 쏙 들어간 핀란드만 바다 때문에 두 나라는 같은 민족인데도 서로 떨어져 있지만 다행히도 두 나라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 동일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북극과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날씨가 선선해 여름에 가기 좋습니다.
문제라면 문제인 점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대한민국에서 상당히 먼 나라라는 점이죠. 근데 유럽 중에서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편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핀란드는 비행기로 약 14시간, 대한민국에서 에스토니아까지는 약 16시간이 걸립니다. 두 나라가 아주 가까운 나라인데도 비행시간이 다른 이유는 핀란드는 독일로 가는 중간 길이라서 경유지와 항공로가 많은 반면 에스토니아는 상대적으로 비행기들이 자주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출발할 때는 핀란드에 간 뒤 페리나 핀란드 항공을 타고 바다를 건너 에스토니아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페리로는 2시간 정도, 비행기로는 1시간 이하의 시간이 걸립니다. 상당히 가깝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두 나라에 대해 알아보죠.
- 물과 나무의 땅,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한국인에게는 자이리톨의 나라,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있는 나라로 유명한 핀란드는 정식 국명이 수오미입니다. 핀란드라는 이름은 핀란드를 식민지배한 스웨덴에서 부르는 명칭이 전세계로 퍼진 것입니다. 여튼 핀란드는 땅이 평평하고 늪과 호수가 많으며 숲이 울창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핀란드 지도를 보면 국토 한가운데에 유독 거대한 호수들이 많죠. 이처럼 핀란드는 국토의 절반이 물과 나무로 뒤덮인 나라로 북쪽은 아예 북극권에 속하고 중부는 호수와 나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주로 발트해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핀란드보다 훨씬 작은 에스토니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토의 중심지는 전부 호수, 늪지대이며 울창한 숲이 있어 사람이 살기 힘든 대신 자연이 정말 좋고 깨끗합니다. 사람들은 국토 중심보다는 발트해 연안에 몰려 살죠. 때문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는 같은 민족의 나라라는 참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네요.
- 맑은 호수의 땅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그럼 이제 핀란드에서 볼거리를 알아봅시다. 거대한 국토를 가진 핀란드는 비록 절반 이상이 숲이지만 그래도 멋진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겨울이면 오로라와 산타클로스 마을을 방문하지만 여기서는 여름에 가면 좋은 핀란드 관광명소에 대해 알아볼게요.
-헬싱키Helsinki
https://triple.guide/articles/d284f4b1-e0b9-4e88-88f4-8ead1562adea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는 핀란드 남부 해안지대에 반도처럼 튀어나온 해안도시입니다. 때문에 탁 트인 발트해 바다와 많은 페리들이 정착해 있는 부둣가가 헬싱키Helsinki의 명소이죠. 하지만 헬싱키Helsinki하면 역시 새하얀 헬싱키 루터교회 대성당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리고 루터교회 대성당 주위로 수많은 근대시대 핀란드의 찬란한 모습을 담은 구시가지가 있으며 그 밖으로 모던한 현대 건축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덕분에 옛 모습이 취향이신 분과 현대적인 멋을 좋아하는 분 모두에게 참 잘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헬싱키Helsinki 앞바다에는 수도 헬싱키Helsinki를 지키는 수오멘린나 요새Suomenlinna가 있습니다. 수오멘린나 요새Suomenlinna는 스웨덴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핀란드를 두고 전쟁을 벌이던 대북방전쟁 시기 스웨덴군이 러시아해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헬싱키Helsinki 부두 바로 앞 섬에 지은 요새로 핀란드에서 가장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 중 하나에 속합니다. 페리로 10분 만에 도착하니 시간이 있다면 잠시 방문해도 좋은 장소입니다.
-투르쿠Tur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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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Helsinki에서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 투르쿠Turku가 있습니다. 투르쿠Turku는 스웨덴 제국의 핀란드 지배 당시 가장 융성했던 도시 중 하나로 투르쿠 대성당과 투르쿠 성 등 옛 건축물들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투르쿠Turku의 명소는 당연히 투르쿠Turku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를 기리는 시벨리우스 박물관Sibelius-museo입니다. 그리고 그를 기리는 교향악 축제나, 재즈 축제 등이 많이 열리고 북유럽답게 수많은 헤비메탈 공연이 열립니다. 투르쿠Turku는 건축과 음악이 고전과 현대가 만나는 명소여서 음악가들이 사랑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탐페레Tampere와 노키아Nokia
핀란드 중부지방 두 호수 사이에 다리처럼 형성되어 있는 탐페레Tampere는 핀란드 중심지의 대도시이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혁명을 준비하고 핀란드 내전 당시 참혹한 동족상잔이 일어난 격전지였던 등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지금 탐페레Tampere는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도시로 탐페레Tampere에 무민박물관이 있어 무민의 모든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무민의 팬이라면 꼭 가보면 좋을 곳이네요.
그리고 탐페레Tampere 바로 옆에 옛날 세계적인 대기업이었던 노키아 본사가 있는 노키아Nokia 도시가 있으며 대한민국의 판교, 미국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중국의 선전深圳처럼 수많은 IT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관심있는 분은 가보셔도 좋습니다.
-눅시오 국립공원Nuuksio
핀란드는 도시도 좋지만 울창하고 상쾌한 숲과 호수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전세계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나라로 화강암 지반이 알아서 물을 정화해주는 한반도와 일본,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깨끗한 호수들을 품은 핀란드가 인정받습니다. 그만큼 핀란드는 호수가 참 깨끗하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핀란드에 방문하면 호수는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중 가장 가기 좋은 국립공원은 눅시오 국립공원Nuuksio로 헬싱키Helsinki에서 차로 30분 거리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때문에 헬싱키Helsinki에 방문하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 세상에 별로 남지 않은 청정구역 눅시오 국립공원Nuuksio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기를 바랍니다.
-오울랑카 국립공원Oulanka
또한 핀란드 동부 러시아 국경지대로 좀 많이 이동하면 오울랑카 국립공원Oulanka도 있습니다. 오울랑카 국립공원Oulanka는 급이진 협곡 사이로 물길이 빠른 강물이 흘러 트래킹 장소와 래프팅 장소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핀란드에 며칠 머물 예정이며 액티비티를 사랑한다면 오울랑카 국립공원Oulanka을 추천합니다.
핀란드에 방문한다면 사우나는 필수입니다. 지친 몸을 맑은 물과 상쾌한 공기, 따뜻한 증기로 녹이는 사우나는 핀란드의 고유 문화로 도시에서도 사우나를 즐길 수 있지만 역시 숲에서 즐기는 사우나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핀란드에 방문하면 국립공원에 가거나 혹은 호수를 낀 숲에 가 사우나를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사우나를 마치면 반드시 호수에 뛰어들어 시원한 물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핀란드 야외 숙소는 거의 다 사우나를 보유하고 있으니 숲에서 사우나를 하며 천혜의 풍경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 고요한 안개의 땅 에스토니아에서 힐링을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하며 편안한 시간을 즐겼다면 페리를 타고 발트해를 건너 에스토니아에 가봅시다. 에스토니아는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전체에서도 국토가 매우 작고 전세계에 미친 영향력이나 자체 소프트파워가 그리 강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보고 즐길거리가 별로 없는 건 사실입니다. 애초에 덴마크 왕국의 영토였다가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고 1918년부터 에스토니아라는 국가가 들어선데다 그마저도 한동안 소련의 지배를 받았으니 에스토니아 정체성은 매우 약한 편입니다. 21세기에 들어 Skype를 비롯한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유럽의 IT 강국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은 아쉬운 나라이죠. 하지만 그렇기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에스토니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탈린Tall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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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의 항구도시이자 수도인 탈린Tallinn은 한자동맹에 가담한 도시 중 하나로 중세시대 때부터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제국이 통치하며 탈린Tallinn은 예전 위상보다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한자동맹 당시의 모습을 간직했습니다. 그래서 탈린Tallinn에 방문하면 옛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탈린 고성 안에 있는 구시가지 골목길을 거니며 옛 사람들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죠.
특히 톰페아 언덕 위에 자리한 톰페아 고성Toompea loss은 탈린 구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절경으로 유명한 성으로 풍경 뿐만 아니라 주황색과 핑크색, 노란색이 어우러진 성곽 자체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탈린Tallinn에 방문하면 톰페아 고성Toompea loss에 꼭 방문하죠.
-나르바Narva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도시인 나르바Narva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나르바Narva 강을 경계로 서부는 나르바Narva, 동부는 러시아 이반고르드Ивангород로 북부에는 발트해, 남부에는 여러 호수들이 있는 특성상 지형이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그래서 나르바 강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나르바 요새, 동쪽에는 이반고르드 요새가 있어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경계가 그어져 있는 신기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나르바Narva에서 볼거리는 나르바 요새 밖에 없습니다.
-타르투Tartu
탈린Tallinn에 이어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인 타르투Tartu는 한자동맹 가입 도시 중 하나로 매년 한자 축제가 열리는 도시입니다. 타르투Tartu에는 스웨덴 제국이 설립한 타르투 대학교가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근대 건축물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파르누Pärnu
에스토니아인들은 여름이면 서해안의 파르누Pärnu 도시로 여름 휴가를 갑니다. 파르누Pärnu는 시원한 발트해와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도시로 많은 에스토니아인들이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깁니다. 햇빛도 그렇게 뜨겁지 않아 시원한 바닷물과 촉촉한 모래에서 뛰어노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속초와 양양 정도의 위치인 도시이죠.
-라헤마 국립공원Lahemaa rahvuspark
에스토니아의 국립공원은 핀란드 국립공원과 조금 다릅니다. 완전히 호수와 나무로 구성된 핀란드와 달리 에스토니아 국립공원은 슾지대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도 원시 슾지대가 남아있기도 하고요. 그 중 라헤마 국립공원Lahemaa rahvuspark는 수도 탈린Tallinn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으로 소련 시절 지정된 국립공원입니다. 라헤마 국립공원Lahemaa rahvuspark는 늪지대 위로 나무판자를 따라 늪을 즐기는 곳으로 수많은 동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편안한 야생입니다.
- 핀의 독특한 주酒문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검은 호밀빵에 정어리나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가 발전했으며 이마저 독일, 스웨덴, 러시아의 문화를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핀 민족의 독자적인 식문화도 있는데 그것은 벌꿀로 만든 벌꿀주입니다. 노르드 신화에도 벌꿀주가 많이 나오지만 노르드 신화와 별개의 신화인 핀 신화에서도 벌꿀주가 많이 나오며 핀 민족은 핀 신화를 노래하며 벌꿀주를 즐겨 마셨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시마Sima, 에스토니아에서는 묘두Mõdu라 불리며 두 나라의 사람들은 일상을 벌꿀주와 함께 합니다. 그래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에 방문하면 벌꿀주를 한번 즐겨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또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두 나라는 모두 혹독한 겨울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접국 러시아처럼 보드카가 유명합니다. 그래서 두 나라, 특히 핀란드에는 독특한 보드카 문화가 있는데 플뢰뢰Plörö라는 보드카로 쓴 에스프레소와 보드카를 함께 마십니다. 인터넷에는 핀란드의 상남자 아침식사로 유명한데 이건 태국 식당에서 장난으로 만든 짤이고 실제는 에스프레소와 보드카를 따로 마시거나 혹은 섞어 칵테일로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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