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대 고찰: 이누이트 신화

• 눈과 얼음, 그리고 바다

기원전 겨울 북극

오래 전 베링 해협이 꽁꽁 얼어 구대륙과 신대륙을 이어줄 당시 시베리아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그들을 피해 도망치며 베링 해협을 건너는 매머드들과 대형 초식동물들을 쫒아 베링 해협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온난기가 찾아와 베링 해협은 녹아 사라졌고 베링 해협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알레스카에 터전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비록 베링 해협이 사라졌지만 알레스카는 겨울이 되면 북쪽에 새로 두꺼운 얼음이 생겼고 그 얼음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누이트

얼음세계는 황량한 눈으로 뒤덥히고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친 곳으로 사람, 아니 생명체가 살기에 너무나도 극악인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전한 사람들 중 일부는 어떻게든 얼음세계에서 생존했습니다. 그리고 서기 1000년 즈음 알레스카에서 개썰매를 모는 민족이 북극 얼음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들이 이누이트로 이누이트는 우수한 개썰매 기술과 항해기술로 북극을 정복해나갔고 북극에 이미 터전을 잡은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주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북극 여름 유빙

허나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이누이트의 활동 반경도 감소했습니다. 여름이 되고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가장자리부터 얼음이 녹고 얼음 아래에 놓인 땅과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바다 위의 얼음은 녹아 유빙이 되어 먼 바다로 가며 소멸했고 유빙에 갇힌 사람들은 바다에 낙오되어 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이 시작되면 이누이트들은 생존을 위해 육지를 찾아 육지 위에 상륙해야 했습니다.

바다로 나가는 이누이트

그리고 여름이 되면 이누이트들은 육지에서 작은 열매를 따먹고 작은 나무를 깎아 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가 물고기와 고래를 사냥해 먹으며 생존해왔습니다. 때문에 이누이트에게 바다는 식량의 창고이며 그들을 먹여살리는 어머니같은 존재였습니다. 이것은 따뜻한 남방 사람들이 땅을 어머니로 생각했던 것처럼 이누이트들이 바다를 어머니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바다는 방심하면 바로 빠져 죽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빠져 한동안 나오지 못하면 익사했기 때문에 이누이트는 익사체를 보고 영혼이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누이트에게 해저는 저승이었습니다.

• 바다의 여신 세드나

세드나

알레스카에서 북극으로 진출한 이누이트는 본래 뿌리가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누이트는 분리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달라졌지만 본질은 동일하고 사소한 것만 달라졌습니다. 이는 그들의 신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누이트는 바다의 여신 세드나의 존재를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이누이트 민족 신화에서 세드나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세드나 이야기는 여러가지 전승이 있고 세드나의 출신에 대해서도 신의 딸, 인간의 딸, 괴물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세드나 이야기는 바닷 생물을 창조하고 해저 지하세계의 지배자가 된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는 이누이트인들이 생각하는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세드나의 잘린 손가락에서 탄생한 바닷생물

이누이트가 공유하는 세드나 이야기는 세드나와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각각 전승되는 다양한 이유로 세드나는 배를 타려 하고 아버지는 그녀를 배에서 떨어뜨려 바다로 빠뜨리고자 그녀의 손가락을 잘라냈습니다. 세드나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그녀의 잘린 손가락에서 다양한 바닷생물이 창조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세드나는 해저 지하세계인 아디번에 도착하고 아디번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드나는 해저 아디번을 통치하며 동시에 바다를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 순환하는 이승과 저승

지하세계의 여신 세드나

세드나는 바다 전체를 통제하는 바다의 여신이 되었고 그녀의 기분에 따라 바다가 잠잠해지거나 거대한 파도가 생성되었습니다. 이누이트는 바다의 상태를 보고 세드나의 기분을 파악했고 바다가 심상치 않으면 제물을 바쳐 그녀의 기분을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바다는 항상 멈추지 않고 흐르는 존재로 이누이트는 바다 수면의 파도가 항상 순환하듯이 바닷속 저승세계와 바다 위 이승세계도 순환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죽으면 영혼이 바다 깊은 아디번으로 이동한 후 아디번의 해류를 따라 다시 바다 위로 올라가 새 생명체로 환생한다고 믿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