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신화

신화의 시대 고찰: 인도네시아 신화

by 롱카이 2022. 10. 7.
반응형
  • 인도와 중국이 만나는 말레이 제도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제도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제도

인도차이나 반도 남부로 뻗어있는 수많은 섬들의 모임인 말레이 제도는 특이한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제도 사이에 있는 좁은 말라카 해협은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며 그 특유의 좁은 해협으로 빠른 유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말레이 제도 주변에 형성된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도 반도는 거대한 만을 형성해 특이한 해류 흐름을 형성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인도양 해류
여름과 겨울의 인도양 해류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도 반도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벵골만에서 해류는 순환합니다. 여름에는 해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인도 반도와 스리랑카 섬 사이의 포크 해협을 건넌 바닷물이 벵골만을 빠르게 휘저어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를 휩쓸고 적도로 이동합니다. 이 때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사이에 해협들이 존재하고 일부 해협은 빠른 유속을 자랑하는 말라카 해협으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때문에 여름에 인도 반도 해안가에 배를 띄우고 바다로 나가면 벵골만을 돌아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로 이동한 후 빠른 유속을 따라 말라카 해협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고대 인도인들은 여름에 배를 띄우면 해류를 따라 자연스럽게 말라카 제도에 도착했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해류가 반대 방향으로 흘러 말라카 제도에 배를 띄우면 해류를 따라 인도 반도에 도착했습니다. 때문에 인도인들에게 말레이 제도는 친숙한 곳이었습니다.

고대 중국 무역로
고대 중국 무역로

중국 역시 뱃길로 무역을 하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고대 중국의 양쯔강 남부는 거대하고 습윤한 밀림 지대로 중국인들은 그 숲을 개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거대한 숲을 개간하는 대신 해안가를 따라 남하하며 항구를 만들고 무역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고대 중국인은 배를 타고 남하해 푸저우福州, 광저우廣州, 하이퐁海防, 하노이河內에 항구를 만들고 무역기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무역기지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더 내려가 남만과 무역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말레이 제도와 말라카 해협까지 진출했습니다. 때문에 말레이 제도에는 인도인과 중국인 무역상들이 잠시 거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 축복받은 인도인들의 땅
촐라 왕조와 인도네시아
촐라 왕조와 인도네시아

인도 반도는 거대한 아대륙으로 같은 반도 안에서도 환경이 달랐습니다. 겐지스 강이 흐르는 북인도는 거대한 평원으로 북인도 사람들은 인도-겐지스 평원에 그들의 터전을 잡고 자급자족했습니다. 반면 데칸 고원 남부의 인도인들은 평지가 상대적으로 작아 자급자족이 어려웠고 바닷길을 이용한 무역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남인도인들은 인도 반도 서부에서는 아라비아, 동아프리카와 교역하고 동부에서는 말레이 제도, 중국과 교역했습니다. 그 중 말레이 제도는 맛정향, 육두구, 후추, 계피, 강황 등 향신료의 원산지로 인도인들은 향신료의 매력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인도의 무역상들은 말레이 제도를 자주 방문했고 일부는 말레이 제도에 터를 잡고 무역기지를 만들어 생활했습니다.

마자파힛 왕국의 힌두교 사원
마자파힛 왕국의 힌두교 사원

특히 남인도에서 강성한 촐라 왕조는 무역을 국가 주 경제산업으로 선택했고 말레이 제도와 교역을 강화했습니다. 이 때 정부 정책 하에 수많은 촐라인들이 말레이 제도로 이동했고 수많은 남인도인들이 말레이 제도에 정착했습니다. 그들이 정착하면서 촐라 왕국의 문화가 전해졌고 말레이 제도는 힌두교와 불교가 전해졌습니다. 수많은 섬들이 떨어져 있고 섬들도 내륙지역은 거대한 밀림이어서 사람들은 해안가 항구 도시에 정착했고 도시마다 힌두교, 불교를 받아들여 믿었습니다.

카카윈 바라타유다의 주 내용 바라타유다
카카윈 바라타유다의 주 내용 바라타유다

말레이 제도에 정착한 사람들은 힌두 신화를 그대로 가져와 사람들에게 내용을 전하며 같은 믿음을 공유했습니다. 이들은 힌두 신화의 마하바라타 내용을 받아들여 그들의 방식으로 재창조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카카윈 바라타유다입니다. 그들은 카카윈 바라타유다라는 서사시를 만들고 불교 사원, 힌두 사원을 건립해 말레이 제도를 빠르게 힌두화시켰습니다.

발리 힌두교 사원 따만 사라스와띠
발리 힌두교 사원 따만 사라스와띠

인도는 말레이 제도 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반도 역시 힌두화했습니다.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 사이에 위치한 아라칸 산맥이 인도인들의 육상을 통한 인도차이나 반도 유입을 막았지만 말라카 해협은 그들의 해상 유입을 반겼습니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말라카 해협을 넘어 보이는 땅은 모두 힌두 문화를 전파했고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제도를 힌두화했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제도는 힌두 문화가 뿌리깊게 박혔고 이후 이슬람과 기독교가 전파되었음에도 힌두 문화를 뿌리 뽑지는 못했습니다.


  • 문화가 섞여 탄생한 독특한 토착 신화
맹그로브 늪지대
맹그로브 늪지대

말레이 제도는 환경적으로 섬 자체가 거대한 늪지대였습니다. 유라시아판과 오스트레일리아판이 부딫혀 지진과 화산활동이 벌어지며 만들어진 지역이 말레이 제도로 말레이 제도의 토양은 부드럽고 구멍이 많은 화산암이며 스콜과 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해 토양은 항상 젖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토양이 모두 늪지대였고 물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가 거대한 숲을 형성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말레이 제도는 맹그로브 나무와 기타 열대 나무들이 빽빽히 자라 햇빛마저 통하지 않는 검은 늪지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볓이 들지 않고 나무와 덩쿨로 앞이 막히며 발 밑은 물인 환경은 수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이 되었고 사람들은 숲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와 조우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마녀 랑다(오른쪽)을 공격하는 수호신 바롱(왼쪽)
마녀 랑다(오른쪽)를 공격하는 수호신 바롱(왼쪽)

들어가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미지의 숲은 말레이 제도 사람들에게 무서운 장소였습니다. 말레이 제도의 사람들은 숲에 들어가기를 꺼려했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미지의 존재들이 가득한 장소로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힌두 신화를 받아들여 데바देव와 아수라असुर의 대결을 담은 서사시에 익숙한 말레이 사람들은 알라الله와 악마إِبْلِيس의 영적 전쟁을 담은 이슬람이 말레이 제도에 전파되자 힌두교 서사시에 겹쳐져 세상을 선善과 악惡의 대결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말레이 제도의 사람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를 악마, 마녀 등 악惡의 존재로 규정했고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를 수호신 등 선善의 존재로 규정했습니다. 이후로 말레이 제도의 수많은 신화는 선과 악의 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말레이 제도 섬들의 신화를 합친 인도네시아 신화는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가 직접 싸우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 귀신이 사는 섬
귀신 뽀쫑
귀신 뽀쫑

음침한 말레이 제도 숲의 밤은 무엇보다도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차가운 늪지대에 안개가 자욱히 끼고 정체모를 짐승의 울음소리가 가득해지면 사람들은 감히 그 숲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숲에 들어가지 않아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밤이 되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승냥이, 악어, 독사, 비단뱀, 코모도 도마뱀 등 인간을 위협하는 야생동물들이 활동했고 밤 사이 죽거나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한낮에 숲에서 홀연히 실종되거나 강, 바다에서 사라지는 사람이 많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레이 제도의 사람들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으면 귀신이 되어 숲에 숨어지내며 또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들거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다고 믿었습니다.

두꾼
두꾼

그래서 말레이 제도의 사람들은 악한 귀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그 귀신들을 다스리기 위해 흑마술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두꾼은 무당이자 흑마술사로 의뢰를 받아 귀신을 조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말레이 제도의 사람들은 두꾼에게 퇴마나 저주를 의뢰했고 이것이 말레이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이슬람이 전파되면서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이맘의 주도 하에 흑마술 퇴치운동이 일어났지만 이미 자리잡은 흑마술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슬람이 퇴마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말레이 지역은 다른 이슬람 지역보다 퇴마활동رقية(루캬)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이며 퇴마사راقي(라키)가 두꾼을 대신해 퇴마رقية(루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슬람에서 하람حَرَام인 흑마술을 제거하고 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