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대 고찰: 게르만 신화

• 북방에서 내려온 민족

게르만족 이동

켈트족들이 중서유럽을 석권할 때 추운 북방에 또다른 민족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게르만족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부와 독일 북부 해안지대에 살던 민족입니다. 켈트족이 유럽에 그들의 세력을 확장할 당시 게르만족은 추운 곳에 머물렀고 켈트족들도 게르만족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기후는 냉랭해졌고 기원전 750년 전부터 게르만족은 추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온난한 남부로 이동했습니다. 게르만족은 서쪽으로 라인강 하구로 진출했고 동쪽으로 비스와 강 일대로 진출했습니다. 그럼에도 게르만족은 추운 산림지대를 선호했고 추운 산림은 게르만족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 게르만 신화

게르만족 구분

기원전 750년 전부터 게르만족의 많은 부족들은 남부로 이동했고 그들의 생활반경을 넓혀갔습니다. 게르만족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발트해를 건너 대륙으로 이동했고 많은 게르만족들이 항해술에 능숙했습니다. 그래서 게르만족의 일부인 앵글로족과 색슨족은 그들의 뛰어난 항해술을 활용해 브라타니아 지역으로 이동해 그곳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로서 게르만족은 스칸디나비아에 남은 노르드, 대륙에 있는 대륙 게르만, 브리타니아 섬을 지배하는 앵글로색슨으로 나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게르만 신화도 노르드 신화, 대륙 게르만 신화, 앵글로색슨 신화로 분화되었습니다.

• 빌데야크트Wilde Jagd

페테르 니콜라이 아르보 [아스가르드스래연](1872)

게르만 신화는 세개의 신화로 분화되었지만 하나의 신화에서 분화한 신화인 만큼 같은 뿌리를 공유했습니다. 덕분에 게르만 신화는 세 신화 모두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빌데야크트Wilde Jagd로 이는 독일어이며 영어로 번역하면 Wild Hunt입니다. 이는 하늘에서 수렵장비를 갖춘 사냥꾼 무리가 말과 사냥개를 이끌고 지상이나 공중을 질주하며 인간(혹은 인간의 영혼)을 사냥하는 민담입니다. 빌데야크트Wilde Jagd는 추운 겨울밤 북유럽 산림에서 나는 기분나쁜 바람소리에서 유래했으며 스칸디나비아 반도,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게르만족의 영역에서 전승으로 이어져왔습니다.

• 대륙 게르만 신화

게르만 민담의 물귀신 닉세

세 게르만 신화 중 대륙 게르만 신화는 기독교로 개종한 프랑크 왕국의 주도 하에 대륙 게르만인들이 기독교화되어 소멸했습니다.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중세 프랑크 왕국이 서방 기독교 종주국을 자처하며 빠르게 기독교를 정착시켰고 이교였던 대륙 게르만 신화는 빠르게 소멸했습니다. 대륙 게르만 신화의 일부가 겨우 살아남아 전승되었지만 그 중 극히 일부만이 문헌으로 기록되었고 남은 것은 지역의 민담 수준으로 격하되었습니다. 때문에 현재 대륙 게르만 신화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앵글로색슨 신화

늑대인간

대륙 게르만 신화가 소멸된 것과 달리 앵글로색슨 신화는 브리타니아 지역이 오랫동안 기독교화되지 않으면서 유지되었습니다. 앵글로색슨족은 유럽 대륙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러 섬으로 상륙한 기독교인들을 앵글로색슨족이 믿는 신에게 인신공양하면서 그들의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이후 브리타니아 지역에 바이킹족이 침공해 혼란에 빠지고 칠왕국이 브리타니아 섬의 주인 자리를 놓고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칠왕국 왕족들은 기독교를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앵글로색슨 신화를 버리지 않아 기독교와 앵글로색슨 신화를 혼재해 믿었습니다. 브리타니아 지역에서는 중세 유럽 기독교가 강세를 보일 때도 잔존했고 신화 속 괴물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이는 훗날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정체성이 확립된 후 민족주의 학자들이 자국 신화를 연구하며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고 드래곤과 늑대인간 등 앵글로색슨 신화에 나오던 창조물들이 재평가받았습니다.

• 노르드 신화

신들의 운명 라그나로크

한편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게르만족은 노르드 신화를 믿었습니다. 그들은 노르드 신화에 대해 보다 더 정교하고 짜임새있는 신화로 발전시켰지만 문자가 없어 구전과 그림으로 전승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살던 게르만족은 비정상적으로 극단적인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북극과 가까이 있어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컸습니다. 약 6개월 간 지속되는 여름에는 북극 지역에 백야가 발생해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낮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대지는 푸르른 초원이 되고 물은 아름답게 흐르며 날씨는 온난하며 많은 생명들이 공존했습니다. 반면 여름이 지나고 6개월 간 이어지는 겨울은 극야로 하루종일 해가 뜨지 않는 암흑이었습니다. 끝없는 어두컴컴한 암흑은 혹독한 추위를 가져왔고 물은 얼어 먹기 힘들어지고 수많은 생명들은 잔혹한 겨울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 암흑의 겨울이 끝나면 다시 생명이 피는 여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는 순환을 반복했습니다.

펜리르와 오딘의 대결

이 극단적인 환경은 노르드인이 세상의 창조와 종말을 믿게 만들었습니다. 여름은 세상의 창조고 겨울은 세상의 종말이었습니다. 노르드인들은 세상의 창조와 종말은 신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순리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종말은 신들도 인간도 모든 생명이 죽는 신들의 종말, 라그나로크였습니다. 이는 노르드 신화에서 세상을 통제하는 최고 신 오딘이 라그나로크를 최대한 막아보고자 사방으로 노력했고 그럼에도 라그나로크를 막지 못한 노르드 신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북유럽 기독교 전파

노르드 신화는 북유럽 신화로 알려질 만큼 유럽의 북방인 스칸디나비아에서 주로 전해지던 신화였습니다. 혹독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환경은 기독교인들이 진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었고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중세 유럽 모든 유럽이 기독교화되는 와중에도 기독교화되지 않았습니다. 800년대에 선교사들이 바이킹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며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천천히 기독교화했고 1000년대에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기독교가 완전히 퍼졌습니다. 그럼에도 노르드 지역의 사람들은 여전히 노르드 신화의 세계관을 고수했고 이는 기독교인들의 흥미를 이끌었습니다.

문헌으로 기록된 노르드 신화의 거인 로키

기독교인들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이교에 관심을 보였고 노르드 지역으로 파견된 기독교 고위 성직자들은 노르드 민족이 믿는 노르드 신화에 대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덕분에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노르드 신화는 문헌으로 온전히 기록되었고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파편화된 노로드 신화는 짜임새있는 서사시가 되었습니다. 노르드 신화는 게르만 신화 중 가장 온전하고 남은 신화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노르드 신화는 게르만 신화의 대표로 자리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