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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신화

신화와 동물: 용, 황제

by 롱카이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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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농사와 물

늪지대의 야생벼
늪지대의 야생벼

햇빛만 있으면 웬만한 곳에서 잘 자라는 밀과 달리 쌀은 늪지대에서 성장하는 작물로 뿌리가 물 속에 잠긴 환경에서만 자랍니다. 때문에 쌀농사는 벼농사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대신 벼는 알곡이 밀보다 훨씬 많아 별로 많이 심지 않아도 여러 사람이 충분히 먹고 살만하고 찰기도 있어 물에 쪄 먹으면 될 정도로 간편합니다. 그래서 벼농사를 짓는 곳은 좁은 공간에 벼농사를 지어도 인구가 엄청 많으며 밀농사를 짓는 곳은 넓은 공간에 밀농사를 지어도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아 가축을 길러 우유와 고기를 추가로 얻어야 했습니다. 때문에 밀농사와 쌀농사 둘 다 가능한 곳에서는 쌀농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쌀농사 가능 지역
쌀농사 가능 지역

서아프리카 습윤 지역에서 등장한 야생 벼는 동아프리카 습지대와 북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 이남으로 이동하고 아라비아와 이란을 거쳐 인도에서 또다른 야생벼로 진화했습니다. 그 사이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가 건조화되며 아프리카벼가 멸종했고 히말라야 아래 아쌈 늪지대에 존재하던 야생벼를 누군가 우연히 발견하고 재배했습니다. 그렇게 벼는 곡물로 길러졌고 여러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그 중 황허에 살던 사람들에게도 전해졌고 황허에 살던 사람들은 벼를 재배해 식량을 구했습니다.


  • 난폭한 황허 물줄기

1887년 한커우 대홍수
1887년 한커우 대홍수

하지만 황허는 거대한 황토물로 물가에 진흙이 쌓여 물길을 막고 수시로 다른 곳으로 물의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때문에 황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사람들은 황허를 두려워했습니다. 이는 곧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물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했습니다.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진 자를 황제로 추대하고 존경하며 그 아래로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중국 원시림이 남아있는 구이저우
중국 원시림이 남아있는 구이저우

황허 하류는 나무가 없는 평야로 홍수에 매우 취약했으며 황허 범람이 기승을 부렸지만 황허 상류, 즉 산시성 일대는 여전히 밀림지대로 황허를 포함한 수많은 강들이 존재했습니다. 황허 남부로도 밀림이 존재했고 화베이 지역 외 지역은 밀림이었습니다. 이 밀림은 습기를 품고 있으며 물이 많아 작은 강과 개울이 많습니다. 때문에 그곳은 물의 세계이고 화베이에 살던 사람들은 물의 세계에 사는 용이 물을 다스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물을 다스리는 용

주나라 용장식
주나라 용장식

화베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용이라는 존재에 대해 수없이 말했고 용의 형상을 조각해 지녔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용이라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용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상상의 동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을 중국 신화 속 상상의 동물로 판단했습니다. 허나 최근 연구가 진행되며 어쩌면 용은 실존하는 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고문헌에서 용은 깊은 연못에 몸을 감추며 살아가다 천둥이 치는 날 물 밖으로 나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하늘을 비약해 참새같은 작은 새들을 잡아먹고 땅에서 서로 싸우는 동물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 왕들이 용을 사육하고 용고기를 먹으며 이를 귀한 고기로 취급했다는 문헌도 나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용이 전국시대 이후로 멸종한 동물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천둥번개를 모는 용
천둥번개를 모는 용

여튼 고문헌에 기록된 용은 물가에서 살며 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물입니다. 고문헌에 따르면 천둥번개가 치고 큰 비가 내리는 날 용이 물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다는 것을 의미했고 사람들은 용이 천둥번개와 폭우를 몰고 오는 능력을 가진 동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용은 스스로 뛰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번개치는 먹구름이 올 때 용이 그 먹구름 안에서 하늘을 날며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오름
용오름

인간은 이를 증명하려고 또다른 증거를 찾았고 이내 바다에서 용오름을 발견하고 이를 용이 실존한다는 증거로 여겼습니다. 용오름은 실제로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기압차로 한가운데에 소용돌이가 치는 현상이지만 공교롭게도 소용돌이 위에 구름이 모여있고 바다에서 물기둥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바다에 사는 용이 하늘로 뛸 때 물소용돌이가 생긴다고 생각했고 바다에서 용오름을 발견하면 용이 나타났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용오름은 용이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호상박
용호상박

또한 용은 용호상박龍虎相博이라는 고사성어가 존재할 정도로 호랑이와 대등한 힘을 가진 강력한 맹수로 존경받았습니다. 만일 실제 용이 존재했다면 그 용이 실제로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가진 맹수였겠죠. 어찌되었든 사람들은 용을 비바람을 몰며 호랑이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무력을 가진 강한 동물로 생각했고 약자들을 보호할 권능을 가진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비를 내려 농업을 돕고 강한 무력으로 침입자로부터 백성을 보호하는 용을 제왕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황제와 용

용과 장군
용과 장군

황허黃河에 제방을 쌓아 난폭한 황허黃河를 진정시키고 필요한 물은 끌어다 써 농업을 번성시키는 왕王이 등장하자 화베이 사람들은 물을 다스리는 사람을 왕王으로 칭송하며 그를 따랐습니다. 하지만 곧 북방 몽골지역과 서방 히말라야 산맥 고원지대에서 이민족들이 중원으로 침입했고 이를 막는 자가 백성을 보호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따랐습니다. 그러자 중화문명은 물을 통제하는 능력과 이민족의 침입을 막는 자를 잘 다루는 능력을 가진 자를 제와 왕을 합쳐 제왕帝王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인간 세계에 제왕帝王이 존재하듯이 자연세계에도 물을 다스리며 강한 힘을 가진 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용

그래서 제왕帝王과 용은 각각 인간세계와 자연세계에서 물을 다스리고 물을 이롭게 사용해 모두들 위험한 물을 안전하고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로 추양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전국시대 말기부터 용을 실제로 보거나 길렀다는 기록이 없고 그때부터 용은 상징적인 동물이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용의 생김새를 잘 묘사하지 못했지만 용은 꾸준히 부조나 그림, 공예에 세겨져 용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을 전했습니다. 특히나 전국시대의 제후諸侯들은 개인적으로 용을 특별히 사랑했습니다.

용이 그려진 곤룡포
용이 그려진 곤룡포

그렇다고 제후諸侯들이 용을 마음껏 쓰지는 못했습니다. 용은 중국신화 속에서 제왕帝王와 비슷한 존재로 어디까지나 제왕帝王의 신하인 제후諸侯는 감히 제왕과 동일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전국시대에는 암묵적으로 제왕帝王과 용을 동일시하는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는 제왕帝王도 힘이 약해 제왕帝王이 마음껏 용을 그리고 상징으로 사용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스스로를 황제皇帝라 칭하며 용을 황제皇帝의 상징으로 지정했습니다. 당장 용이 보이지 않으니 황제皇帝는 스스로를 용이라고 칭하며 황제皇帝와 관련된 것은 용으로 상징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렇게 용은 황제의 상징이 되었고 황제가 입는 제복은 용그림이 세겨지고 곤룡포라 불렸으며 황제가 앉는 자리는 용상으로 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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