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식
태양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연물이었습니다. 주간시야에 의존하는 인간은 낮에는 사물을 잘 보지만 밤에는 사물을 잘 보지 못해 포식자의 공격에 매우 취약해집니다. 때문에 밤은 포식자들이 사냥을 하는 시간이고 방심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위험한 시간이었습니다. 반대로 낮은 인간의 높은 시력을 활용해 포식자들을 쫒아내고 그들에게 복수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낮을 주는 태양은 인간의 편으로 인간은 태양을 좋아했습니다. 또 곡식은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스스로 살아가기 때문에 낮의 주기가 긴 봄과 여름에 곡식이 한창 자라 낮의 주기가 짧아지는 가을에 알곡이 튼실하게 맺어져 사람들이 그 알곡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때문에 태양은 인간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태양은 인간을 돕는 자비로운 신으로 숭배받았습니다.
그런 태양이 낮에 사라진다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물게 그런 현상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정확하게 가로질러 가는 날에는 달이 태양을 가렸습니다. 이는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천문현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지상에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을 보면 재앙 그 자체였습니다. 일식을 지상에서 관찰하면 환하게 빛나는 태양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생기더니 그 그림자가 태양을 삼키고 동시에 주변이 급격하게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한낮에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저녁이 되고 태양은 빛을 잃고 검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무언가가 태양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식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비로운 태양이 어둠에 먹힌다고 생각했고 절대적인 태양이 먹힌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일식이 일어나는 원인, 즉 일식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고 태양과 적이 싸우다 태양이 적에게 먹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태양신 라와 대결하는 거대한 뱀 아포피스가 라를 잡아먹는 현상이 일식이라고 설명했고 노르드 신화에서는 거대한 늑대 스콜이 태양의 여신 솔을 잡아먹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문명권은 해가 어떤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먹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악기를 연주하고 돌을 두드리고 큰 소리를 내 그 존재를 내쫒으려고 했습니다. 또 어떤 문명권은 일식의 원인을 태양이 지상의 인간들의 행동에 실망해 스스로 인간을 떠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일식이 일어나면 그 문화권 사람들은 태양에게 용서를 구하며 전쟁을 멈추고 도둑들을 석방하며 서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는 선행을 실천했습니다.
- 월식
달은 태양보다는 상대적으로 천대를 받았습니다. 대신 감히 처다도 못보는 태양과 달리 검은 밤하늘에 은은하게 뜬 달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겼고 은은한 은색을 비치는 달은 깨끗함과 순결을 상징했습니다. 또한 달의 모습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달을 흥미롭게 여겼고 해처럼 신으로 숭배하지 않을 뿐 민담과 전설의 소재로 삼아 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허나 은은한 빛을 내거나 노란 빛을 내는 달이 이상하게 붉게 변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것이 월식으로 월식은 달이 태양과 지구 뒤에 서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때입니다. 이때 달은 지구 뒷면 어두운 부분에 위치해 태양빛을 받지 못하지만 지구 낮과 밤 사이의 노을빛이 달을 비춰 달이 붉게 변합니다. 하지만 직접 붉은 달을 보면 뭔가 꺼림칙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은은하고 환하게 비친 달이 갑자기 붉게 변하면 놀라 충격에 빠졌고 불길한 징조로 생각했습니다. 당장 순백의 색을 띈 달이 붉게 변하는 것은 흰 옷이 피로 젖는 것처럼 보였고 붉은 달은 피를 연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붉은 달은 곧 피바람이 불 것을 예언하는 불길한 징조로 생각했습니다. 어떤 신화권에서는 곧 큰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예언하는 징조로 여겨 두려워하는 민심을 달래고 전쟁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보면 그 자체로 불길하고 무서운 붉은 달을 본 민중은 전쟁이 일어나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게 될 것이라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혼란 상태에 빠졌고 국가는 자신보다 더 위의 존재인 하늘에서 내린 계시에 어쩔줄 모르고 민심을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국경을 강화하고 전쟁에 대비하며 복지를 내려 민심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나쁜 마음과 피를 씻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월식이 사라지고 달이 다시 은빛을 내면 사람들은 신이 감복해 전쟁 준비를 멈췄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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