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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일반생물

용의 원형 후보 동물에 대한 고찰

by 롱카이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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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존하던 동물이 와전되어 환상종이 되다
코뿔소와 일각수
코뿔소와 일각수

몇몇 생명체는 실존하되 그 형태가 달라 후대나 다른 지역에 이상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전해지기도 합니다. 일각수가 그 예시로 인도코뿔소 형태가 와전된 것이 유니콘이 되죠. 코뿔소가 유럽에 일각수으로 변한 이유는 유럽인들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유럽에 코뿔소가 알려진 계기는 로마제국의 해군 사령관 가이우스 플리니우스가 남긴 박물지 기록입니다. 박물지에서 인도에 서식하는 인도코뿔소를 기록했는데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과 비슷하며, 코끼리의 발과 멧돼지의 꼬리를 가지고 있고, 굵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마 한복판에는 한개의 검은 뿔이 돋아있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중세초기에 박물지 기록에 따라 묘사한 인도코뿔소
중세초기 박물지 기록에 따라 묘사한 인도코뿔소

문제는 로마제국 이후 코끼리가 멸종해 유럽인들은 코끼리의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코끼리의 발을 넘기고 기록대로 묘사했는데, 말과 같은 몸통이라는 기록 때문에 날씬한 우제목 동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사슴머리에서 말머리로 바뀌고 전체 피부색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짐조
짐조

거기에 중세 중기 이슬람 제국을 통해 중국 이야기가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아주 오래전 중국 진한秦漢 시대 때 광둥廣東 지역에 사는 짐조鴆鳥의 맹독을 치료하기 위해 코뿔소의 뿔을 갈아 약을 만들었다는 기록과 전설이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코뿔소의 뿔은 맹독을 치료하는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다고 믿었고 코뿔소 특징에 코뿔소 뿔의 약효도 기록했습니다.

뿔달린 말이 된 일각수
뿔달린 말이 된 일각수

그것이 중세 말기로 넘어가며 코뿔소라는 존재 자체가 실존하지 않는 전설의 동물 취급받았고 일각수Unicorn으로 불렸습니다. 유럽 민중은 환상의 동물인 일각수Unicorn을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고 여러 동물의 모습이 섞인 모습에서 민중이 아는 유일한 동물인 말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민중 민담으로 전해지며 일각수Unicorn은 뿔이 달린 하얀 말로 모습이 변했습니다. 그렇게 코뿔소는 일각수Unicorn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용龍도 생김새가 와전될 정도로 다른 동물이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배재할 수 없습니다.
 
 
 

  • 천둥 비바람, 물과 관련 있는 용龍
천둥번개, 물, 용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천둥번개, 물, 용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기록에 묘사된 용龍은 평소에는 물가에서 조용히 생활하다고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부는 날 물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또 고대 인도-유럽 신화권에서도 천둥번개를 담당하는 뇌우의 신은 용 또는 거대한 뱀을 타고 다닌다는 신화들이 존재합니다. 주로 이란과 인도 신화에 등장하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도 여러 종류의 용이 등장합니다. 혼돈의 괴물 티아마트𒀭𒋾𒊩𒆳, 마르두크의 무슈슈𒈲𒍽, 바알의 로탄𐎍𐎚𐎐, 이집트 신화에는 아펩Ⲁⲫⲱⲫ이라는 용이나 거대한 뱀이 물에 서식하며 천둥번개를 상징하는 동물로 나옵니다. 이란 신화와 인도 신화에서는 용이 인간 외형으로 묘사됩니다.
 
 
 

  • 악어가 용龍의 원형일까
양쯔강 악어
양쯔강악어

그리고 물에 살며 천둥번개와 비에 예민한 동물이 실존합니다. 바로 악어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용에 대한 이야기는 고대 중국 황허 일대와 이집트 나일강 일대, 즉 악어 서식지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중국은 거의 모든 강에 양쯔강악어가 서식했고,  악어는 평소에 물에 살며 가끔 물가로 나와 일광욕을 즐기며 물가에서 떠나지 않는 동물입니다. 그러다 큰비가 내려 물이 범람하고 홍수가 나면 이때 범람한 물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서식지나 먹잇감을 탐색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일악어
나일악어

그래서 중국인들이 황허 범람 이후 물을 따라 돌아다니는 악어를 목격했을 수도 있고 이집트인들이 나일강 범람 후 악어를 목격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악어의 그 특징이 전해져 용龍의 습성이 되었겠죠. 또 악어는 골판이라는 것이 있고 흉폭한 동물이어서 위험합니다. 그리고 낙타 머리, 뱀처럼 긴 몸과 꼬리, 고양이과 동물처럼 짧은 앞발, 매처럼 길고 날카로운 뒷발 특징이 용의 특징과 맞습니다. 다만, 뿔이 없고 목이 길지는 않죠.

성경 욥기 내용으로 고증한 레비아탄
성경 욥기 내용으로 고증한 레비아탄

그런데 성경 속 레비아탄לִוְיָתָן은 지금은 바닷뱀과 비슷하게 묘사하지만 성서 내용을 보면 나일악어와 정말 비슷합니다. 성경 속 혼돈과 지옥의 괴물로 묘사하는 레비아탄은 욥기 41,1-26에 정말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가망이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 건드리기만 하여도 사나워져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 누가 그와 맞서서 무사하겠느냐? 하늘 아래 그럴 사람이 없다. 그 무지무지한 다리 이야기를 어찌 빼놓으랴! 그 당당한 억센 체구를 어찌 말하지 않겠느냐? 그 겉옷 앞자락을 누가 헤칠 수 있으며 겹으로 입은 그 갑옷을 누가 젖힐 수 있느냐? 누가 그 턱을 벌릴 수 있느냐? 줄지어 선 저 무서운 이빨, 방패 사이사이로 고랑진 등가죽에 단단한 돌인장으로 봉인한 것 같은 저 등, 바람도 틈 탈 수 없도록 서로서로 맞닿아 있고 서로서로 얽혀 있으니 떨어질 리도 없다. 재채기 소리에 불이 번쩍하고 그 눈초리는 새벽 여신의 눈망울 같구나. 아가리에서 내뿜는 횃불, 퉁겨 나오는 불꽃을 보아라. 연기를 펑펑 쏟는 저 콧구멍은 차라리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구나. 목구멍에서 이글이글 타는 숯불, 입에서 내뿜는 저 불길을 보아라. 목덜미엔 힘이 도사려 있어 그 앞에서 절망의 그림자가 흐느적일 뿐, 뗄 수 없이 마구 얽혀 피둥피둥한 저 살덩어리를 보아라. 바위같이 단단한 심장, 맷돌 아래짝처럼 튼튼한 염통, 한번 일어서면 신들도 무서워 혼비백산하여 거꾸러진다. 칼로 찔러 보아도 박히지 않고 창이나 표창, 화살 따위로도 어림없다. 쇠를 지푸라기인 양 부러뜨리고 청동을 썩은 나무인 양 비벼 버린다. 아무리 활을 쏘아도 달아날 생각도 하지 않고 팔맷돌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구나. 몽둥이는 검불처럼 여기며 절렁절렁 소리내며 날아드는 표창 따위에는 코웃음친다.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과 같아 타작기가 할퀸 땅바닥처럼 지나간 흔적을 남기며 깊은 물웅덩이를 솥처럼 끓게 하고 바닷물을 기름가마처럼 부글거리게 하는구나. 번쩍 길을 내며 지나가는 저 모습, 하얀 머리를 휘날리며 물귀신같이 지나간다. 지상의 그 누가 그와 겨구랴. 생겨날 때부터 도무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 모든 권력자가 그 앞에서 쩔쩔매니,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 여기에 있다.

— 욥기 41,1-26

이처럼 약간 과장은 있지만 나일악어와 정말 비슷합니다. 성경 시대 전 레비아탄לִוְיָתָן은 가나안 지역에서 이미 형태와 이야기가 전해졌고 이집트 왕국이 가나안을 지배했었으니 나일악어를 보고 전해진 말이 레비아탄לִוְיָתָן으로 탄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세유럽 드라콘
중세유럽 드라콘

또 악어는 유럽에서 드라콘δρακων(영어: 드래곤Dragon)의 원형이 되었을 것입니다. 중세 유럽 초기의 드라콘δρακων은 늪지대나 거대한 동굴에 살며 사람을 잡아먹는 포식괴물이라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로마시대 때 로마제국이 이집트를 통치하며 나일악어에 대한 설명을 받아 기록하고 로마제국이 이집트를 이슬람에게 상실하고 멸망한 이후, 중세 유럽인들이 로마시대 기록을 보고 묘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크고 사나우며 사람을 잡아먹는 도마뱀으로 묘사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뱀처럼 길쭉해졌습니다. 이는 게르만 신화의 거대한 바닷뱀 요르문간드Jǫrmungandr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 외에 고래 이미지도 합쳐졌는데 이는 다음 목차에서 볼게요.

날개달린 용 이미지는 브리튼 섬에서 유래했다
날개달린 드래곤 이미지는 브리튼 섬에서 유래했다

브리튼 섬의 신화와 민담에서 드래곤Dragon은 길고 날씬해진 악어에 박쥐날개를 합쳐진 상상의 동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일악어는 시간이 흐르며 여러 모습이 합쳐져 드래곤Dragon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 왕도마뱀이 용龍의 원형일까
물왕도마뱀
물왕도마뱀

악어가 용龍의 원형이라고 말할 여지는 많지만 거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건 그럴 듯하지만 목이 길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세계에서 용을 언급할 때 꼭 들어가는 것이 뱀처럼 긴 목과 몸통, 꼬리입니다. 그런데 악어는 그런 생김새가 아닙니다. 그래서 악어와 습성이 비슷하면서 용과 비슷한 동물로 왕도마뱀도 꼽을 수 있습니다.

나일왕도마뱀
나일왕도마뱀

왕도마뱀은 뱀과 근연종으로 다리 달린 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뱀과 행동이 비슷한데 먹이를 한입에 삼키며 몸 전체가 길어 뙤리를 잘 틉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물을 좋아하고 헤엄도 잘 쳐 물가에서 주로 생활합니다. 또 새도 잘 잡아먹습니다. 고대에는 물왕도마뱀이 중국 화베이에도 서식했으며 나일왕도마뱀이 가나안과 메소포타미아 북부(시리아) 지역에도 서식했습니다. 그래서 왕도마뱀은 용과 정말 유사한 동물로 특정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들도 뿔이 없죠.
 
 
 

  • 물뱀이 용龍의 원형일까
무자치
무자치

뱀처럼 생긴 생김새는 용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래서 용을 묘사하는 그림을 보면 전반적으로 뱀처럼 생겼으며 용에 다리가 없어 영락없는 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뱀은 물을 좋아하는 뱀 종류도 많으며 몸이 길쭉하고 비늘이 물고기 비늘과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용이 사실 뱀인데 뱀에 다리를 달아 신성한 뱀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펩
아펩

그 예시로 이집트 신화의 아펩Ⲁⲫⲱⲫ은 혼돈과 파괴를 상징하는 거대한 뱀이지만 이집트코브라에 나일악어 모습이 섞인 뱀이기에 가끔 다리가 달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뱀을 기본 바탕으로 악어의 다리를 합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근데 그러면 그게 왕도마뱀 아니냐는 반박도 있어 완벽한 설명이 힘듭니다. 

코뿔소구렁이
코뿔소구렁이

그도 그럴 것이 천둥번개를 상징하는 동물 중에 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인도-유럽어권에서 뱀이 어떻게 천둥번개를 상징하는지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용龍이나 뱀은 비바람을 불고 천둥번개를 일으키는 동물로 묘사가 됩니다. 반면에 인도-유럽어권인 이란, 인도, 이집트, 그리스에서는 뱀이 천둥번개를 관장하는 뇌신과 싸우는 존재로 나옵니다. 게다가 용 신화의 중심지인 중국과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용과 뱀 모습이 비슷하게 묘사되고 어떨 때는 용 생김새가 뱀 생김새로 나옵니다. 게다가 역할마저 비슷하니 뱀에서 용이 기원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견이 나옵니다.

뿔살모사
뿔살모사

또 뱀은 뿔이 달려있는 뱀들도 존재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인근 중동지역에는 뿔살모사가 서식하는데 이는 뿔이 달린 용의 특징에 부합합니다. 물론 반박 역시 만만치 않은데 메소포타미아는 그렇다고 해도 중국은 뿔달린 뱀이 없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묘사한 용은 설사 다리없이 영락없는 뱀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머리에 사슴이나 염소처럼 뿔이 달려있는데 중국에는 그런 뿔이 달린 뱀이 없습니다. 중국에는 코가 뾰족한 코뿔소구렁이만 존재하죠. 물론 중국에 뿔달린 뱀이 있었는데 절멸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 용龍은 대체 어떤 동물일까?
중국 용 장식
중국 용 장식

이처럼 용龍의 원형을 특정하기가 힘듭니다.  악어 같기도 하고, 왕도마뱀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각 동물을 특정할 때 각각 약간씩 부족한 부분이 있죠. 여러가지 동물을 다 합친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용의 원형인 아주 먼 옛날 중국과 메소포타미아라면 그 원형을 제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가정했기에 여러 동물을 합친 존재라는 가정을 배제했습니다. 일각수Unicorn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묘사를 할때 최대한 그 원형 형태를 묘사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형태가 무너지기 마련이거든요. 이렇게 어떤 동물이 용龍 원형이었을까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만약 용龍이 실존하던 동물이라면 어떻게 생겼을까?로 한번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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