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물/일반생물

용은 환상종일까, 실존했던 생물일까?

by 롱카이 2023. 9. 11.
반응형
  • 용龍은 실존했던 동물일까

서조 윤영희 작 [청룡]
서조 윤영희 작 [청룡]

2024년은 용龍의 해로 갑자로는 갑진년甲辰年이라 청룡淸龍의 해라고 하네요. 한자문화권에서 용龍은 큰 호수나 바다에 살다 비가 내리면 용오름으로 승천해 구름 위로 날아다니며 비바람을 모는 환상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자문화권에서 용은 곧 비를 다스리는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생명체로 묘사되었죠. 근데 용龍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용龍이라는 생명체가 실존했던,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멸종한 동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승천하는 용
승천하는 용

당연히 비바람을 몰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은 없지만 용龍이라는 생명체 자체는 존재했을 것 같습니다. 물을 통치하고 날개없이 갑자기 하늘로 승천해 비구름 위를 헤엄치며 비행하는 능력은 용龍을 단편적으로 본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와 상상이겠죠.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말이 안됩니다. 다만, 용의 도약능력이 뛰어나서 승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살을 붙일 수는 있습니다. 사람들의 뻥튀기가 더해진 것이죠.

인도인에게 찬양받은 백호
인도인에게 찬양받은 백호

그 예시로 백호白虎가 있습니다. 백호白虎는 히말라야 이남에 사는 벵골호랑이 중 SLC45A2 색소유전자가 돌연변이 억제되어 탄생한 동물로 본디 인도인들 중에서도 소수만 야생에서 하얀 벵골호랑이를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백호白虎를 보고 경탄하며 신의 선물이고 그렇기에 신적 능력을 가진 동물이라고 찬양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범상치 않은 존재를 상징하는 동물, 히말라야 산맥을 지키는 신수로 추양했습니다.

백호는 희귀한 동물이었고 불교와 도교에서 백호를 신수화했다
백호는 희귀한 동물이었고 불교와 도교에서 백호를 신수화했다

인도에서 누적된 백호白虎 이미지가 불교 전래와 함께 중국에 그대로 전해졌고 백호白虎를 본 적 없는 중국인들은 불교 경전에 따라 백호白虎를 상상하고 도교가 불교를 흡수하며 백호白虎는 서방을 지키는 신수로 찬양받았습니다. 그것이 한자와 함께 한국, 일본, 베트남에 전해져 생전 백호白虎를 본 적 없는 한자문화권 국가들이 백호白虎를 신비로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물론 실제로 보면 신기해 한자문화권 외 나라들도 백호보고 좋아하긴 한데, 그만큼 인간은 동물을 보고 그 동물을 신비롭게 여기면 여러 있지도 않는 능력을 부여해왔습니다.

바바리 사자
바바리 사자

유럽은 사자가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본디 아틀라스(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 인근)에 서식하던 바바리사자는 이집트 문명과 그리스 문명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고 로마시대 때 사자를 남획해 멸종했습니다. 문제는 로마시대 때 사자를 용맹한 전사, 국왕의 상징으로 지정했고 바바리사자가 먼저 멸종하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했습니다. 살아남은 동로마제국도 바바리사자가 사라져 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버렸고 그렇게 사자는 기억에서 사라진 동물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동로마제국에서 사자는 창세기 시대 때나 존재하던 동물이라고 인식했습니다.

중세유럽의 사자 이미지
중세유럽의 사자 이미지

이후 서유럽에 여러 기독교 왕국이 건국되자 교황은 고문서를 뒤적인 후, 옛날에 찬양받았지만 지금은 없는 사자를 기독교 수호자로 임명했고 영주들은 말로만 듣던 바바리사자를 가문상징으로 지정하며 사자를 찬양했습니다. 이때 사자는 적그리스도에게 불을 뿜거나 주의 축복을 받아 온몸이 성스럽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민간에서는 전설 속 동물 취급받았습니다. 영주들도 사자가 실존하던 동물인가 의심했지만 교회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기의 기록으로 존재했음을 알렸고 주의 동물을 의심하지말라고 일단락했고 그 덕분에 사자는 제왕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근데 중세교회는 사자를 눈과 입에서 불을 쏘는 동물로 설명했습니다. 지금 보면 재미있는 주장이죠.) 그러고서 한참 뒤인 대항해시대 때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내륙에서 살아있는 사자를 만났죠.

구름 위의 용
구름 위의 용

이처럼 옛날에 희귀하면서 강한 동물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별의별 신비로운 능력을 추가로 받았고 그렇게 신수가 되어 실제 동물과는 완전 다른 동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용龍이 가진 능력, 여의주를 가져야 용이 되고 물 속에서 갑자기 하늘로 승천하며 비구름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능력은 후대의 창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용이 실존했을 이유와 그렇지 않을 이유

전국시대 용 장식품
전국시대 용 장식품

위의 가정은 만약 용龍이 실존했을 때 용이 하늘을 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는 어떻게 반박할지에 대한 반박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네요. 다시 돌아와서 용龍이 과연 실존했을 동물인지, 아니면 완전 허구의 피조물인지 한번 그 근거들과 그에 대한 반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용龍이 실존했을거라는 주장의 근거도 많고 아닐 것이라는 근거도 많아 흥미롭더군요.
 
 

  • 용이 실존했을거라는 주장의 근거

-사람들은 실존하는 동물을 숭배했다. 그러므로 용은 실존했다 -> 반박) 여러 동물을 합친 환상종도 숭배했다

전국시대 용 귀중품
전국시대 용 귀중품

중국인들이 용龍을 숭배한 것은 상나라와 주나라 때 유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명 초창기인 그 시기는 어디든 실존하는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이 있었습니다. 곰, 소, 사자, 코끼리 등 실존하는 동물들을 숭배했죠. 그렇기에 용 역시 실존하는 동물이었기에 사람들이 숭배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허나,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한 동물이 아닌 여러 동물들을 합친 환상종을 따로 창조한 후 그 동물을 숭배했으며 용도 그 대상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황소나 사자에 날개를 단 환상종, 또는 스핑크스나 이집트 신들처럼 여러 동물이 혼합한 환상체를 숭배했습니다. 그래서 용 역시 여러 동물을 합친 환상종이라는 반박이 존재합니다.
 
-상나라, 주나라 때 왕이 용을 사육했다는 기록이 있다 -> 반박) 그건 전설이다 -> 재반박) 그 시기는 전설이 기록이었다

한나라 용과 소 부조(상황이.....)
한나라 용과 소 부조(상황이....)

상나라와 주나라 때 국왕이 용을 좋아해 용 농장을 운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용이 끄는 마차(용거龍車라 불렀습니다)를 타고 용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기록입니다. 문제는 기록 출처가 한나라 이후 옛날에 그랬다는 기록으로 남아있고 출처는 주나라, 전국시대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용을 사육했다는 기록 자체가 허구의 전설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대한 재반박으로 애초에 문자가 완성되지 않은 상나라와 주나라 때는 전설이 기록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은게 전설밖에 없다는게 재반박입니다.
 
-용의 생김새와 생태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다 -> 반박) 환상종도 마찬가지

한나라 용 금동장식
한나라 용 금동장식

용 기록의 또다른 특징은 용의 생김새와 생태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삼국시대 위나라魏 때 용에 대한 기록은 구체적인데 생김새를 다룬 기록은 용의 생김새는 말 또는 낙타 머리, 토끼 눈, 사슴 뿔, 소 귀, 돼지코, 멧돼지 이빨, 입 주변에 난 수염, 정수리 위 박산博山(벼슬), 뱀 몸, 잉어 비늘, 조개 배, 호랑이 주먹, 독수리 발톱입니다. 그리고 생태에 대해 평상시 물가에서 살다가 비바람이 치면 물 밖으로 나오며 먹이를 먹을 때 높이 뛰어올라 작은 새들을 잡아먹는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상세한 기록이 있기에 용은 실존했다는 근거로 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반박은 그리폰이나 유니콘 같은 환상종도 생김새가 명확하고 생태도 정해져 있다고 반박합니다.
 
-전국시대에는 용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문화가 꽃피웠다 -> 이미 그 전에 용 개념을 활용한 것 뿐

용과 호랑이 부조 탁본(시대는 한나라)
용과 호랑이 탁본(시대는 한나라)

천하가 전쟁터였던 전국시대에는 용과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부조와 장식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각국의 국왕은 용맹함을 상징하는 용龍과 호랑이虎를 그린 부조와 장식품을 선호했고 이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전국시대에 용과 호랑이가 사랑받았고 이는 용龍이 실존했다는 증거로 제시합니다. 이에 이미 상나라 시기부터 용龍 개념이 있었고 강한 동물이라고 알려졌기에 전국시대에 그걸 이용할 뿐이라는 반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용이 실존했다는 증거로 부적합하다는 평가이죠.
 
-용龍 상형문자가 존재하고 용에 다른 동물을 결합한 환상종이 많다 -> 반박 못함

용 문자 변천
용 문자 변천

용龍 상형문자는 뿔이 달리고 뱀처럼 긴 동물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게다가 고대 중국은 용龍은 용龍이라고 묘사하고 타고 다니는 가축이라고 말하며, 환상종은 따로 분류해 묘사하는데 그 예로 촉룡燭龍(날씨를 주관하는 용), 응룡應龍(날개달린 용)이라고 두글자로 묘사합니다. 환상종에 환상종을 합치는 예시는 전세계적으로 없으며 기존 동물에 여러 동물 특징을 더해 환상종을 만들기에 실존하는 용龍에 다른 요소를 넣어 환상종을 만드는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용이 실존하지 않았을거라는 주장과 근거

-용 화석이 있는가? -> 반박 못함

상고시대 중국 지층에서 발견된 아시아코끼리 골격
상고시대 중국 지층에서 출토된 아시아코끼리 골격

용이 실존하지 않을거라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입니다. 용 골격이 발굴되면 용의 존재를 입증가능한데 없으니 용이 실존했다고 확신하지 못하죠. 코끼리와 코뿔소는 화북지방에서 화석이 출토되어 고대 중국 화북지방에 코끼리와 코뿔소가 살았음을 증명할 수 있지만 용 화석은 없습니다. 그래서 용 화석이 없다는 것은 용이 실존하지 않은 환상종이라는 근거에 큰 힘을 실어주는 근거입니다.
 
고대 중국은 별자리로 환상종인 사신수를 정했다 -> 반박) 나머지는 실제 동물 모델인데 왜 용 혼자 환상종?

용, 호랑이, 사슴, 새
용, 호랑이, 사슴, 새

농경사회였던 고대 중국은 천문으로 농경시기를 정확히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자리 위치로 시간을 파악했고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28개의 별자리를 정하고 이를 각각 가까운 7개끼리 묶어 최종적으로 춘하추동春夏秋冬을 상징하는 4개 별자리군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4개 별자리군을 각각 용龍, 사슴鹿, 새鳥, 호랑이虎로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용은 별자리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환상종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게 나중에 사신수로 청룡淸龍, 주작朱雀, 백호白虎, 현무玄武가 됩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사슴鹿, 새鳥, 호랑이虎는 실제동물인데 용 혼자 가상의 동물인게 말이 되는가, 용이 실존하기에 별자리 상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박이 있습니다.
 
-자세하게 묘사가 잘 안되어있다 -> 반박) 희귀종은 잘 묘사가 안된다

진한시대 용그림
진한시대 용 그림

상나라, 주나라, 춘추전국시대 때 용을 세긴 유물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문제는 형태는 정해져 있다만 생김새가 두루뭉실하게 묘사되어 있기에 용이 어떻게 생겼는지 완전히 추정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용이 환상종이기에 이렇게 두루뭉실하게 묘사했다고 주장하죠. 이에 대한 반박으로 용이 희귀한 동물이었기에 자세한 묘사가 힘들었다는 반박이 있습니다. 중세 유럽 때 예술가들이 사자를 본 적이 없어 사자를 이상하게 그린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이죠. 또한 상나라부터 한나라까지 예술이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과장된 회화여서 호랑이와 소, 말 등 동물들도 실제보다 과장해 묘사했습니다.
 
-다른 동물 아니냐 -> 반박) 용龍 종을 분명하게 분류했다

양쯔강 악어
양쯔강 악어

양쯔강악어를 두고 용龍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양쯔강 일대에 서식하지만 옛날 황허가 맑은 물일 때는 황허에도 서식했습니다. 평상시 물에 살다가 비가 내리면 물 밖으로 피신하는 양쯔강악어 생태는 묘사된 용의 생태와 같습니다. 그래서 양쯔강악어 자체가 용이거나 양쯔강 악어에 여러가지를 입힌 환상종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고대 중국은 악어鼉와 용龍 한자가 다르듯이 분명하게 구분했으며 고대 중국은 실존하는 동물은 한자리로 말하고 허상의 동물은 두자리로 말하는 관습이 있었기에 한글자인 용龍은 실존하는 동물이었을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 용龍에 대한 탐구

시대별 용 묘사
시대별 용 묘사

용龍의 실존 여부를 두고 펼친 양측 주장 어떠셨나요? 저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용이 있다고 확신도 못하고 용이 없다고 확신하지도 못하겠네요. 그리고 느낀 것이 상나라 시대 때는 용이 팔다리 없는 뱀처럼 묘사되되 머리는 확실히 용머리이고 주~전국시대 때는 우리가 아는 팔다리 달린 용 모습이 나타났으며 한나라 때 용 앞다리에 날개가 달리면서 슬슬 환상종으로 바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참고로 전국시대와 한나라 때는 용과 호랑이 모두 앞다리에 날개를 달았더군요. 일종의 문화였나봅니다.

상나라 청동 코뿔소
상나라 청동 코뿔소

그런데 시기가 절묘하게도 상나라 때 화북지방은 거대한 밀림이고 황허는 맑은 강이었다가 주나라 때 밀림은 사라지고 황허 전체가 누런 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나라 때 황허 주변에 농경생활을 하고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며 멸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아시아코끼리와 인도코뿔소, 남중국호랑이, 양쯔강악어가 이렇게 황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용龍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네요. 용에 대한 탐구를 하기 위한 테마이니 용龍이 실존했다면?이라고 가정하고 한번 그 뒤를 따라 밟아보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