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신화

신화와 자연: 산, 약속의 장소

by 롱카이 2023. 2. 20.
반응형
  • 자연 랜드마크
에베레스트산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항상 붙어 다녀야 생존확률이 높았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려 대규모 무리를 형성하고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 그들은 잠시 무리를 갈라 떨어져 있다가 다시 뭉쳐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모일 곳을 약속했습니다. 보통 한 무리가 잠시 떨어질 때는 무리 내 구성원 모두가 익숙한 곳을 다시 모일 약속 장소로 택했습니다. 그들의 고향이나 동굴, 큰 바위나 홀로 우뚝 선 나무 등 평범하지 않은 것을 만남의 장소로 정하고 잠시 흩어졌다가 만남의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러 무리들을 통솔하는 제사장이나 국왕 단위로 군집국가 단위의 무리가 생기자 이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군집국가 단위에서는 여러 곳에 터를 잡고 사는 다양한 부족들을 한때 모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들은 사는 곳이 달랐기 때문에 모두가 공유하는 장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집국가 지도자는 모두가 공유하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그것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큰 산이었습니다.

올림푸스 산

자연에서 큰 산은 그 크기만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만방에 그 크기를 과시했습니다. 큰 산은 멀리서도 잘 보였고 여러 장소에 사는 부족들은 큰 산에 가보지는 않아도 그들이 사는 곳에서 큰 산이 잘 보였습니다. 날만 좋다면 어디에서나 그 산을 볼 수 있었고 군집국가 우두머리는 산 어디에서 모이라고 명령하면 부족 대표들이 알아서 잘 찾아왔기에 산을 만남의 장소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큰 산은 움직이지 않고 위엄있게 버티며 그 압도적인 크기로 인간을 내려다보며 권위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여러 부족을 모두 지배하는 군집국가 수장은 그 산의 권위에 기대 자신들의 권위를 부족에게 드러냈습니다. 때문에 우두머리는 큰 산 주변에 살며 자신이 그 산의 주인임을 과시했습니다. 예로부터 큰 산은 그 드높은 권위를 상징하는 곳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닿을 수 없는 전능한 권위
타이산

때때로 우두머리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 지상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영토를 굽어 살펴봤습니다. 군집국가 단위에서 큰 산은 지도자를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군집국가를 넘어 진짜 국가 단위로 넘어가면, 혹은 군집, 도시 국가들을 모아 제국 단위가 되면 사람이 쉽게 오를 수 있는 큰 산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국가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심지어 우두머리도 올라갈 수 없는 크기의 산이 되어야 그 누구도 그 산의 권위에 의심을 품지 않고 우두머리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가와 제국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큰 산을 선택했고 그 산의 주인으로 신을 정했습니다. 결국 우두머리 본인도 그 산을 정복하기는 불가능하니 그 산을 능히 정복하고 그곳에 터전을 잡는 존재로 그들이 믿는 신을 상정하며 우두머리 자신은 그 신의 자손이라고 주장하며 정체성을 정했습니다.

톈산

그래서 인간이 정복 불가능한 산은 신의 차지가 되었고 신들은 그 산에서 생활하며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산과 인도 신화에서 시바신의 소유지인 히말라야 산맥, 중국 신화에서 옥황상제의 본거지인 톈산 산맥, 아즈텍 신화에서 신들이 사는 곳이 코아테펙 산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신화인 단군왕검 신화에서도 백두산이 환웅의 산이자 단군왕검이 제사를 지내는 산으로 묘사되고 제주도 설화에서 한라산이 마고 할미의 터전으로 나오는데는 이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처럼 큰 산은 신들의 터전으로 여겨졌고 그 신화를 공유하는 집단이 신성시 여기며 집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산의 권위에 의지해 권능을 가졌습니다.



  • 화산의 힘과 인간
태평양 화산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큰 산은 고요하게 아래를 굽어 살피는 절대자의 장소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산은 세상을 따뜻하게 굽어 살펴주는 권능자의 자비를 상징했습니다. 허나 세계에는 화산들도 존재하며 화산은 인간따위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화산은 지상 위 생명체를 한순간에 제거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인간은 화산을 두려워하며 화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화산이 분출하면 그 굉음에 놀라며 화산의 강력한 힘에 떨며 신에게 고해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화산이 있는 곳의 문화권은 화산을 신의 분노 혹은 악신이 사는 곳으로 판단했고 화산의 힘을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