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을 지배하는 곰
늑대는 숲에 살기도 하지만 보통 시야가 탁 트인 평야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늑대는 주로 초목이 낮은 곳이나 바위가 많아 풀이 듬성듬성 자라는 곳을 선호했습니다. 반면 곰은 나무가 울창해 숨을 곳이 많은 밀림을 선호합니다. 곰은 빽빽한 나무들로 구성된 깊은 숲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꿀과 과일, 고기, 생선 등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물이 많고 숲이 매우 울창한 유럽 중부, 중국 서부 밀림지대, 남만주와 한반도, 일본 열도, 시베리아, 로키 산맥 인근 산림지대에 곰들이 주로 서식했습니다.
곰은 늑대만큼이나 넓은 지역에 분포해 살았고 자연스럽게 수많은 문명권의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많았습니다. 어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곰을 자주 마주쳤고 곰을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곰은 다른 포식동물보다 확실히 온화했고 사람을 공격하러 서식지에서 벗어나 사람을 사냥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자기 영역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했으며 사람을 마주쳐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곧바로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곰은 의외로 사람과 닮았습니다. 이에 인간은 다른 포식동물들과 다른 곰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곰을 숭배했습니다.
- 인간을 닮은 곰
사람들이 보기에 곰은 우선 그렇게 포악해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다른 포식동물들 보다는 그래도 온순한 편입니다. 늑대와 호랑이, 사자들은 마주치자마자 공격 태세를 가하지만 곰은 마주쳐도 새끼를 품은 어미곰이거나 매우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닌 이상 바로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사람이 먹는 과일이나 꿀, 고기를 던져주면 받고 유유히 떠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곰을 자주 마주한 사람들은 다른 포식동물과 비교해 곰은 그래도 대화가 통하고 문명적인 동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곰은 다른 포식동물들과 달리 뒷다리 두 다리만으로 서고 잠깐이지만 걸을 수 있으며 앞다리의 발톱도 자유롭게 사용해 과일을 따거나 앞발에 과일, 꿀, 생선을 놓고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곰의 모습을 보고 다른 짐승들과 달리 진짜 사람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곰을 더 친근한 존재로 느꼈고 잘만 한다면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문화권은 사람 온몸에 털이 나고 숲에 살면 곰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곰은 멀리서 그 행동을 지켜보면 사람과 얼핏 비슷해 귀엽기도 합니다. 옛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곰을 귀여운 짐승으로 생각했습니다. 둥글둥글한 얼굴 인상과 통통한 몸체에 짧은 팔다리는 인간 아기같아 인간들은 곰을 아기처럼 귀여운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곰은, 특히 어린곰은 아이들이 좋아했고 의외로 사람들이 곰을 좋아해 곰이 간 자리를 일부러 뒤따르는 문화를 가진 문화권도 존재했습니다.
물론 곰은 인간에게 소통을 완전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건방지게 행동하는 인간은 단숨에 잡아 찢어 먹으며 곰의 힘을 보여줘 곰에게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인간 역시 이를 잘 알았고 곰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두려워하며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멀리서 곰에게 먹이를 주고 재물을 바친다면 곰은 그 재물을 받아먹고 그 인간들을 딱히 해치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은 곰이 재물을 받아가는 것을 보고 곰과 소통한다고 믿었고 곰을 사람과 비슷하며 사람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지녀 숲을 통치하는 제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숲의 왕
빽빽한 숲에서 곰은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합니다. 지역에 따라 경쟁자로 늑대나 호랑이가 존재하지만 곰은 혼자서도 결코 그들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늑대 무리와 곰의 대결에서는 덩치가 크고 가죽이 더 두꺼우며 날카로운 앞발톱으로 무장한 곰이 늑대 무리를 가볍게 무찌를 수 있습니다. 호랑이와 곰이 만날 경우 둘의 힘이 비슷해 서로 싸움을 피하고 이는 곰이 그 강하고 민첩한 호랑이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또 곰은 숲에서 나는 것은 무엇이든 잘 먹으며 사람처럼 과일과 꿀도 즐기고 여유롭게 어슬렁 거리는 행위는 여유를 보여줍니다. 특히 꿀은 옛 인간들에게 꿈의 음식이었는데 벌의 겅격을 피해 꿀을 따기가 너무 어려워 꿀 하나 따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양봉업도 발달하지 않아 꿀 자체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옛 인간은 숲에서 수많은 위험을 피해 꿀을 찾아야 했는데 곰은 이를 너무 쉽게 하자 인간은 곰을 두려워하며 선망했습니다. 그리고 곰이 숲의 왕이기 때문에 이를 능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켈트 신화, 슬라브 신화, 핀 신화, 남부 게르만 신화, 중국 신화, 한국 신화, 일본 신화, 그리고 북아메리카 서부 로키산맥 인근 지역 신화에서 곰은 숲을 지배하는 왕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숲의 왕은 인자하고 인간과 소통을 허용하지만 권위에 도발하는 자는 가차없이 처형하는 힘을 가진 왕으로 묘사되어 사람들에게 자비와 권위를 모두 가진 좋은 왕으로 숭배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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