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궐을 수비한 금군禁軍

황제皇帝가 사는 궁궐은 그 어떤 것보다도 반란군과 적군의 가장 좋은 표적이었습니다. 황제皇帝를 생포하거나 암살하면 반란이나 정복의 뜻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황제皇帝 또한 본인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호위군을 궁궐과 본인 근처에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황제皇帝를 지키는 호위대를 통틀어 금군禁軍이라고 부릅니다. 금군禁軍 중에는 성벽과 문을 지키는 병사부터 황제皇帝의 곁을 항상 지키는 호위대,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의장대 등 다양한 직책이 있었습니다.
- 황제皇帝를 호위한 정예부대

고려高麗 건국 후에는 내군內軍과 시위군侍衛軍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예부대들이 황제皇帝의 주변을 지키며 호위했습니다. 하지만 고려高麗 중기 때 해체하고 여러 부대로 재편제했습니다. 당시 수도의 방비를 맡은 정예부대인 응앙군鷹揚軍과 용호군龍虎軍에서 차출해 견룡군牽龍軍, 공학군控鶴軍 등의 부대로 이용하며 황제皇帝 호위를 맡았습니다. 두 부대는 중앙군인 2군 6위에서 2군에 해당하는 부대로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와 같은 최정예부대였습니다. 용호군龍虎軍의 모습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기록되어 있으며 금수 작가님이 기록을 바탕으로 그림으로 재현해주셨네요. 견룡군牽龍軍의 모습이 위 그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황제皇帝가 어디로 이동하거나 궁궐 안에 머물 때 항상 곁을 지킨 친위부대였습니다.

공학군控鶴軍의 경우, 고려도경高麗圖經의 묘사에 따르면 무신武臣을 나타내는 절각복두折角幞頭 를 쓰고 자문라포紫蚊羅袍를 입으며 황금색 문양이 있는 오색 비단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 부대는 황제皇帝의 행차를 호위하는 경호부대였습니다. 의종 때에는 순검군巡儉軍이라는 부대가 등장하는데, 동일하게 자색 옷을 입었으며 밤낮으로 궁궐을 순찰하고 황제皇帝를 경호하는 부대였다고 합니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특별했다고 하네요. 순검군巡儉軍의 옷차림도 공학군控鶴軍과 비슷하되 더 화려했을 것 같습니다.

비얌 작가님의 그림에서 잘 표현하셨습니다. 이렇게 호위하는 정예부대는 머리에 절각복두折角幞頭를 쓰고 갑옷을 입은 뒤, 부대에 따라 자문라포紫蚊羅袍나 비색翡色 옷을 입고 주위를 호위했습니다. 평상시 호위에는 절각복두折角幞頭를 쓰고 투구는 끈으로 연결해 목 뒤로 보냈다고 하며 기습이나 전쟁 시 투구를 머리에 썼다고 합니다.
- 궁궐과 수도를 방비하는 6위

고려도경高麗圖經을 집필한 서긍은 황제皇帝를 알현하러 가는 길에 수많은 친위군을 목격했는데 그의 묘사로 보면 금군禁軍 대부분이 등장해 황제皇帝를 보호했습니다. 2군 6위에서 6위의 최고급 사령관에 해당하는 상육군좌우위장군上六軍左右衛將軍도 나오더군요. 그의 휘하에 6위인 좌우위左右衛, 신호위神虎衛, 흥위위興威衛, 금오위金吾衛, 천우위千牛衛, 감문위監門衛가 있었습니다. 그 중 신호위神虎衛에 해당하는 신호좌우친위군神虎左右親衛軍은 금화고모金花高帽를 쓰고 비색緋色 착의着衣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 기록에 따라 비얌 작가님이 이렇게 그림을 그려주셨네요. 또한 호위대 겸 의장대 역할을 한 천우위千牛衛 역시 비색緋色 착의着衣를 입었다고 합니다. 흥위위興威衛는 전쟁이 발발하면 선봉에 나서 수도를 방어하는 야전부대였습니다.

궁궐의 문과 성벽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은 감문위監門衛라고 불렸으며 쉬운 업무인 만큼 정예부대보다는 고령의 병사들에게 주어진 일이었습니다. 감문위監門衛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기록이 없으나 당唐의 군복을 따라한 신라新羅 말에서 고려高麗 초중기까지는 복두幞頭를 쓰고 갑옷을 입은 뒤 그 위에 비단 옷을 걸쳐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가로부도]에 묘사한 송의 금오위](https://blog.kakaocdn.net/dna/lsMLS/dJMcahMUxX4/AAAAAAAAAAAAAAAAAAAAANKSuhrKTnminSDditaRkJ4V4UiwidyFfAMdEbj6eDvV/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9605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2B7GNRKe%2FwA9a2HxtjcS2r7k8w3c%3D)
수도 전체의 치안과 방어를 담당한 금오위金吾衛는 제거 치안 편에서 다뤘는데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네요. 송宋의 행렬을 그린 [대가로부도]에 금오위金吾衛가 나오는데 복두幞頭를 쓴 당唐과 달리 원오관猿烏冠이라는 모자를 쓰고 오방색의 말액抹額을 두른 모습입니다. 어쩌면 고려高麗의 금오위金吾衛도 송宋의 제도를 따라 비슷하게 입었을 수도 있네요.
- 짐승 머리 장식을 쓴 신기군神旗軍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있는 의장대 묘사 중에는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신기군神旗軍으로 나무로 코를 만든 짐승 가죽을 뒤집어 쓰고 소매가 짧은 붉은 옷을 입고 허리에 짐승 가죽을 둘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긍이 황제皇帝를 알현한 것이 한여름인데 여름에 신기군神旗軍이 더운 가죽을 머리에 쓰고 있어 땀을 엄청 흘렸다면서, 안쓰럽게 여겼더군요. 이들의 역할은 오방대신기五方大神旗라는 큰 깃발을 수레에 싣고 행차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기록에 따라 비얌 작가님은 신기군神旗軍을 이렇게 묘사해주셨습니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신기군神旗軍은 용맹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 기록을 바탕으로 저는 신기군神旗軍의 복식은 당唐의 호관기虎冠騎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추측합니다. 당唐은 정예 기병대 중 특별히 용맹한 자들을 골라 머리에 호랑이 가죽을 씌우게 한 호관기虎冠騎를 따로 양성했습니다. 호관기虎冠騎의 역할은 말을 이끌고 적군의 중앙을 돌파해 와해시키는 위험한 임무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명예가 드높은 부대였고 일부는 황제皇帝를 수호하기도 했습니다. 이 호관기虎冠騎 전설이 고려高麗에 닿아 신기군神旗軍에게 짐승 가죽을 쓰게 하는 것으로 모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중국에서 시대는 모르지만 저렇게 짐승의 머리를 모방한 두건이 발견되었는데, 생긴 건 우스꽝스럽게 생기긴 했다만, 저거를 좀 더 위엄있게 만들면 신기군神旗軍의 두건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불화 속에도 신기군神旗軍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짐승 가죽을 뒤집어 썼는데 눈은 잘 안보이는 대신 코가 확실히 부각되어 보이네요. 거기에 이빨도 있습니다. 이빨도 나무로 만들었겠지요. 소매가 짧은 붉은 옷을 입고 허리에 짐승 가죽을 두른 것까지 고려도경高麗圖經의 묘사와 동일합니다.
- 화려한 의장대

그 외에 고려사高麗史에는 팔관회八關會 등 국가 의례에 깃발을 들고 다니며 행차하는 의장대 기록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호위보다는 말 그대로 의장대 역할에 충실한 자들로 문라건文羅巾에 각종 옷을 입고 깃발을 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역시 비얌 작가님께서 각종 기록을 직접 찾으시고 그림으로 표현해주셨습니다.

동시대인 송宋은 황제가 행차할 때 대규모의 의장대와 병력이 열을 지어 행진했는데 그 웅장한 모습은 송宋의 회화 대화할부도大駕鹵簿圖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무장한 중장기병이 머리에 관官을 쓰고 깃발과 쇠뇌 등 무기를 자랑하며 행진하고 있지요. 송宋은 인구와 자원이 많고 무엇보다 평야라 길이 넓었기에 저렇게 대규모로 할 수 있었고, 고려高麗는 인구가 적고 길이 좁기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모방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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