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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식

동유럽에서 보드카와 함께 즐기는 안주

by 롱카이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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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춥디 추운 슬라브 문화권 동유럽
슬라브 국가
슬라브 국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이 나라는 동유럽 평원에 위치한 슬라브 민족 국가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은 겨울이면 유럽에서 유독 춥기로 악명이 높죠. 특히 시베리아나 북해 해안가 쪽으로 갈수록 추위가 극심해집니다. 그래서 슬라브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강한 추위와 싸워야 하는 처지이죠.

슬라브인들은 이런 강추위 속에 살아가야 한다
슬라브인들은 이런 강추위 속에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슬라브인들은 살기위해 겨울에 몸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할 방법을 찾았어요. 북해나 시베리아에서 수증기를 왕창 머금은 차가운 공기가 자비없는 칼바람을 부르며 온세상을 하얗게 얼리는 환경에서 동상에 걸리지 않고 몸을 따뜻하게 할 방법을 찾아다녔죠.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높아 몸을 각성하는 홍차, 따뜻한 국물에 여러 먹거리를 넣어 뜨겁게 먹는 보르쉬Борщ, 바르슈치Barszcz 등 국물요리가 발달했어요.

추위에 함께하는 보드카
추위에 함께하는 보드카

그리고 그 중에는 몸을 빠르게 뜨겁게 만드는 보드카 술(폴란드어: wódka, 러시아어: водка)도 있답니다. 밀이나 각종 곡물로 만든 당을 발효한 뒤 원재료의 향미가 사라질 때까지 증류과정을 거쳐 만든 도수가 높은 증류주이죠. 그래서 마시면 식도부터 불탄 뒤 온 몸이 뜨겁게 확 불타올라버리죠. 그래서 슬라브인들은 추운 겨울이면 보드카를 마시며 몸을 빠르게 뜨겁게 만든답니다. 아 물론 온 몸이 뜨거워진다는 건 몸 밖으로 열기가 나간다는 뜻이니 옷을 따뜻하게 입지 않으면 몇시간 후에 동상에 걸리니 조심해야해요.

겨울에는 진짜로 이렇게 마신다
겨울에는 진짜로 이렇게 마신다

이 보드카는 폴란드와 러시아가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고 싸우고 있는 술입니다. 이는 그만큼 슬라브인들이 겨울에 즐겨 찾는 술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폴란드,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체코 등지에서 다양한 보드카가 있고 겨울에 불티나게 팔리며 여름에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국민 술입니다.
 
 
 

  • 보드카의 안주
폴란드의 스피리터스 렉티피코와니 보드카는 알코올 함량이 무려 96.5%이다.
폴란드의 스피리터스 렉티피코바니 보드카는 알코올 함량이 무려 96.5%이다.

하지만 보드카는 기본적으로 도수가 매우 쎈 술입니다. 보통 40도에서 47도 사이이지만 작정하면 그보다 더 높은 도수의 보드카도 만들 수 있죠. 일례로 보드카 종주국의 자존심이 강한 폴란드는 알코올 함량이 무려 96.5%인 스피리터스 렉티피코바니Spirytus rektyfikowany를 만들었어요. 당연히 그냥 원샷하면 황천길 가는 술이고요, 바텐더를 위한 칵테일 주조용 술이에요. 일설에 의하면 불을 떼울 때 저 보드카를 들이부으면 불이 아주 활활 탄다고 하네요.

보드카는 도수가 높기 때문에 안주를 찾게 된다
보드카는 도수가 높기 때문에 안주를 찾게 된다

여튼, 이렇게 보드카는 도수가 아주 높기 때문에 내장에 무리를 많이 주는 술이에요. 제 아무리 보드카가 생필품인 슬라브인이라 하더라도 이를 물 마시듯이 생으로 마실 수 없어요. 그래서 보드카의 독한 술기운을 중화시킬 뭔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주가 발달했죠. 이는 물 대신 맥주, 과일주, 벌꿀주, 위스키를 마시며 안주 없이 즐기는 유럽 술문화에서 보드카 문화가 유달리 안주가 발달하게 된 이유가 되었어요.
 
 
 

  • 차가운 보드카와 차가운 안주
자고로 보드카는 눈에 파묻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자고로 보드카는 눈에 파묻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보드카는 눈 속에 파묻거나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 후 바로 마시는 술이에요. 그래야 향도 살아나고 몸을 뜨겁게 데우는 보드카의 효능(?)이 살아난답니다. 정 그럴 수 없는 환경이면 얼음을 왕창 넣어 얼음이 녹기 전에 마셔야 하고요. 감히 얼음이 녹은 물로 중화할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차가운 보드카에는 차가운 안주가 어울려요.
 
-절인 오이

절인 오이
절인 오이

폴란드, 체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에서 보드카 안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안주는 절인 오이입니다. 폴란드에서는 오고렉 콘세르바비Ogórek konserwowy라고 하고 러시아에서는 마리노반니 아구르치Маринованные огурцы라고 부르며 뜻은 말 그대로 절인 오이에요. 슬라브인들은 평소에 절인 오이를 차가운 곳에 둬 차갑게 유지한 뒤, 보드카를 마시거나 아니면 그냥 식사를 할 때에도 절인 오이를 꺼내 차갑게 먹어요.

절인 오이 국물을 그냥 마시기도 한다
절인 오이 국물을 그냥 마시기도 한다

이는 겨울에 먹을 걸 어떻게든 저장하려고 한 슬라브인들이 오이를 소금과 식초에 담가 절여 오래 먹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에요. 그리고 이 절인 오이의 시큼하고 짭쪼름한 맛이 보드카의 화한 맛을 잡아주고 기름진 요리를 잘 잡아줘서 슬라브인들이 사랑하는 반찬이죠. 오죽하면 해장하겠다고 절인 오이 국물을 그냥 마시기도 할 정도니까요.
 
-살로

살로
살로

또한 슬라브인들이 예전부터 해먹던 염장음식으로 살로가 있어요. 살로는 돼지 비계를 소금으로 절여 보관한 가공육이에요. 이 역시 슬라브 문화권에 널리 퍼진 요리로 폴란드는 손니나Słonina,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는 슬라니나сланина, 벨라루스는 살라са́л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살로са́ло라고 불러요. 이게 좋아서 슬라브 외 문화권인 헝가리와 루마니아에도 퍼졌더라고요. 살코기 하나 없이 순수 돼지 비계로 차갑게 먹는 안주이죠.

파프리카 살로
파프리카 살로

살로는 우선 차가워서 보드카와 함께 먹기에 식감이 좋고 동시에 도수가 강해 내장 벽을 사정없이 불태우는 보드카에 대항해 지방으로 코팅을 해 내장을 보호해주는 기능도 있어요. 무엇보다 청량한 보드카와 차갑고 느끼한 살로 맛이 참 잘 어울립니다. 혹 살로가 너무 느끼하다 싶으면 살로 겉면에 파프리카 가루와 후추가루를 발라 느끼함을 잡고 먹기도 합니다.
 
-훈제 소시지

키에우바사
키에우바사

차가운 훈제 소시지는 주로 게르만 문화권에 인접한 폴란드와 체코에서 즐겨 먹는 보드카 안주에요. 폴란드에서는 키에우바사Kiełbasa, 카바너스Kabanos 등 돼지고기와 마늘을 넣은 훈제 소시지를 주로 찾고 체코에서는 클로바사klobása 등을 주로 찾아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지에서도 각종 차가운 훈제 소시지를 즐긴다고 합니다.
 
-연어 알과 철갑상어 알

연어알
연어 알

소금으로 간을 해 저장하는 생선 알도 보드카 인기입니다. 이는 맑고 거대한 호수가 많은 러시아에서 즐겨 먹는 안주인데 그럼에도 비싼 건 여전해서 러시아에서 중상층 이상이 즐기는 안주로 유명해요. 그 중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어 알은 중산층의 보드카 안주이고 가격이 높은 철갑상어 알은 상류층만을 위한 보드카 안주로 쳐주더라고요. 러시아는 오호츠크해 인근에 연어가 많이 살기 때문에 그 연어를 잡아 연어 알을 소금에 절인 후 빵 위에 얹어 보드카와 함께 먹더라고요.

철갑상어 알
철갑상어 알

그리고 러시아 특산물인 검은 철갑상어 알은 오로지 상류층 만을 위한 고급 술안주에요. 아무리 원산지 러시아라 하더라도 철갑상어 자체가 귀한 생선이라 철갑상어 알 절임이 적긴 하죠. 러시아어로 쵸르냐 이끄라Чёрная икра라고 하는 철갑상어 알 캐비어는 카스피해에서 자란 철갑상어 알로 만든 고급 캐비어라고 합니다.
 
-맥주

맥주는 보드카를 즐기기 전 식전주이다
맥주는 보드카를 즐기기 전 식전주이다

보드카 앞에서 맥주는 보리차입니다. 감히 술이라고 평하지 마십시오. 맥주의 천국 체코를 비롯해 다양한 맥주가 있는 폴란드에서는 보드카 안주가 맥주입니다. 혹은 진한 흑맥주에 보드카 샷을 넣은 후 크림을 얹어 맥주로 입가심을 시작하죠.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맥주는 술 취급도 안해요. 보드카를 마시기 전 청량하고 톡 쏘는 맥주로 가볍게 식도를 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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