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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학/세상을 바꾼 IT

[세상을 바꾼 IT: 태동] 키보드, 성공한 인간 인터페이스

by 롱카이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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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친구, 타자기
1910년대 타자기

천공카드에 구멍을 뚫는 방식이든, 자기 테이프에 명령을 입력하는 방식이든 두 방식 명령을 입력하는 도구를 이용해 명령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한 것은 타자기였습니다. 1800년 말부터 빠른 문서작성을 위해 개발된 타자기는 키보드를 눌러 알파벳을 입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900년대 들어서 IBM과 여러 기업들은 천공카드에 구멍을 뚫는 장치로 타자기를 응용했으며 그 전통이 컴퓨터로 이어졌습니다.

타자기에 기호를 입력하면 천공카드에 자동으로 구멍이 뚫렸다

처음에는 알파벳이 아닌 뚫을 구멍 위치에 맞는 버튼을 눌러 구멍을 직접 뚫는 것이었지만 어셈블리어가 등장하며 알파벳이 적힌 이전 타자기들을 응용해 어셈블리어를 그대로 입력하면 천공카드에 알아서 기계어로 입력되는 장치들이 등장했습니다. 어셈블리어, FORTRAN, ALGOL, COBOL는 기계어와 알파벳&기호를 1대 1로 대입해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였고 손코딩한 결과를 보고 그대로 타자기에 입력하면 되었습니다.
 
 
 

  • 널리 사용된 QWERTY 배열
QWERTY 배열

그래서 IBM과 컴퓨터 제조기업들은 타자기와 천공카드, 손코딩을 할 용지를 함께 판매해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용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1800년대부터 사용된 QWERTY 배열을 도입했습니다. 로마 문자를 사용하던 유럽, 미국 문화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파벳은 양손 위치에 가까이 두고 잘 사용하지 않는 알파벳은 중앙과 극단으로 밀어낸 QWERTY 배열은 미국의 발명가 크리스토퍼 숄이 1867년 발명한 배열이었습니다. 이 배열은 널리 사용되며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많은 컴퓨터의 타자기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뭔가 부족했고 사람들은 여러 타자기를 사용하며 하나같이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 성공을 넘어 표준이 된 IBM Selectric
IBM Selectric I
IBM Selectric I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느낀 불편함은 타자기를 사용하면 종이가 계속 움직이고 중간에 자판이 꼬여 입력이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문제점은 1961 IBM이 출시한 IBM Selectric으로 해결되었습니다. IBM Selectric은 타자기에 골프공보다 작은 구체에 알파벳을 세긴 뒤 키보드에서 한 키를 입력하면 구체가 돌아 입력한 알파벳을 종이에 찍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덕분에 입력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랐고 키를 입력할 때마다 구체가 움직이며 글자를 입력했기에 종이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덕분에 입력이 더 빨라졌고 종이가 가만히 있어 정신이 사납지 않아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IBM Selectric의 키보드는 표준이 되었다
IBM Selectric의 키보드는 표준이 되었다

Selectric은 이외에도 QWERTY 배열을 지키면서 Tab, Space, Backspace, Return(후에 Enter로 변경) 등 기타 기능을 하는 키를 한자리에 전부 모아두었고 키 사이에 빈 공간을 두지 않고 모두 채워넣어 타자기로 입력하다 손가락이 키 사이에 빠질 일이 없도록 했습니다. 모든 키를 한자리에 모아둔 키보드 역시 사용하기 편리해 사람들은 IBM Selectric이 출시되자 기존 타자기에서 IBM Selectric으로 교체했습니다. IBM Selectric은 1961년 출시 이후 미국 타자기 시장에서 무려 75%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염을 토했고 어디에서나 IBM Selectric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키를 모아둔 IBM Selectric 키보드에 익숙해졌고 경쟁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IBM Selectric의 키보드 배열을 모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IBM Selectric으로 자기 테이프에 코딩하는 모습
IBM Selectric으로 자기 테이프에 코딩하는 모습

IBM은 1961년 출시한 IBM Selectric이 대성공을 거두자 이어 여러 버전으로 IBM Selectric을 출시했습니다. 그 중 IBM이 만든 컴퓨터에 호환되는 IBM Selectric도 출시했습니다. IBM은 천공카드나 자기 테이프에 코딩을 입력하는 IBM Selectric 기종을 출시했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관은 거의 대부분 IBM Selectric을 이용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한다는 개념은 IBM Selectric의 키보드에 기호와 알파벳 키를 누르는 행위임이 관념적으로 자리잡았고 키보드 없는 컴퓨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 성공한 인간 인터페이스, 키보드
초기 컴퓨터는 사용자 제어탁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해야 했다
초기 컴퓨터는 사용자 제어탁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해야 했다

초창기 컴퓨터는 사용자 제어탁Operator Console에서 스위치 버튼을 만지고 큰 키보드로 입력하며 사용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처음 사용자 제어탁Operator Console을 본 사람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감을 잡지 못했고 전문 교육을 받고 나서야 사용자 제어탁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IBM Selectric과 컴포저
IBM Selectric과 자기 테이프를 읽는 컴포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스위치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것은 자동화&내장화되어 굳이 노출할 필요가 없는 기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타자기만 남았습니다. 그 와중에 IBM은 타자기에 종이를 올려두고 다른 종이에 손코딩한 코드를 그대로 입력하면 내부에 설치된 자기 테이프에 코딩이 그대로 입력되는 IBM Selectric을 출시하고 동시에 자기 테이프를 읽는 컴포저Composer을 같이 출시해 컴퓨터 입력의 혁신을 불렀습니다. 덕분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손코딩을 한 뒤, IBM Selectric에 종이를 올려놓고 똑같이 작성한 뒤 자기 테이프를 꺼내 옆에 둔 컴포저Composer에 넣으면 끝이었습니다. 그럼 컴퓨터가 명령을 읽고 작동했습니다. 이 편리한 방식 덕분에 1960년대 중반은 종이에 손코딩을 한 뒤, IBM Selectric으로 코딩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10년 전인 1950년대에는 직접 배선과 스위치를 작동시켜 컴퓨터를 구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너무도 달라진 풍경이 되었습니다.

성공적인 컴퓨터 입력장치, 키보드
성공한 컴퓨터 입력장치, 키보드

또한 IBM Selectric이 너무 큰 성공을 거둬 컴퓨터를 잘 모르는 대중들은 타자기인 IBM Selectric을 컴퓨터로 생각할 정도로 IBM Selectric이 컴퓨터의 대표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양손을 이용해 키보드를 몇번 두들기면 컴퓨터에 입력할 명령어가 완성되었고 QWERTY 배열을 도입해 손가락을 덜 쓰면서 효율적인 코딩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키보드가 인체공학적으로 우수한 장치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IBM Selectric을 시작으로 컴퓨터용 자판기가 빠르게 성장했고 컴퓨터용 자판기는 후에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무조건 키보드를 두들겨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니 키보드는 컴퓨터에서 가장 성공한 인간 인터페이스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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