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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학/세상을 바꾼 IT

[세상을 바꾼 IT: 태동] 사이버네틱스, 계획경제의 희망과 좌절

by 롱카이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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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어 메커니즘을 밝히고 통제하는 체계,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사이버네틱스 개념
사이버네틱스 개념

1948년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는 Cybernetics: Or Control and Communication in the Animal and the Machine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개념을 학계에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 동물과 기계는 목적이 있는 행동을 할 때 행위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행위를 피드백하며 제어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렇다면 한 영역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다른 피드백 메커니즘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도출했습니다. 그래서 생물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그 메커니즘을 기계에 작용해 기계를 제어할 수 있을거라는 아이디어를 학계에 발표했습니다.

모든 학문에 적용된 사이버네틱스 개념
모든 학문에 적용된 사이버네틱스 개념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학계는 열광했고 컴퓨터과학, 제어공학, 생물학, 생화학, 사회학, 환경학 등 광범위한 분야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개념을 적용해 모든 현상의 제어 메커니즘을 밝히고 응용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곧 모든 학문에 퍼져 모든 물질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피드백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작동하며 스스로를 제어한다는 사고방식이 상식이 되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를 스스로 제어하는 유기 기계로 보았고 기계 공학자들은 정보를 입력하고 정보를 판단한 뒤 그에 따라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기계의 기본 작동원리로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사회학에서도 집단의 움직임을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로 판단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을 뜨겁게 달군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개념은 대양 건너 철의 장막에도 전해졌습니다.
 
 
 

  • 공산주의 계획경제와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

소련 5개년 계획
소련 5개년 계획

공산주의를 경제 이념으로 채택한 소련은 스탈린 체제 하에 두차례의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며 계획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급진적인 경제성장은 많은 인민들을 소모했으며 인민들은 무자비한 경제성장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48년 서방을 뜨겁게 달군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 소련 학자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소련 학자들은 모든 것의 메커니즘을 밝혀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소련 학계에서는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소련의 끼베르네띠까 연구허가 결의안
소련의 끼베르네띠까 연구허가 결의안

하지만 스탈린의 비호를 받으며 용불용설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트로핌 리센코는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를 인민을 착취하는 부르주아들의 학문이라며 맹목적으로 비난하며 연구를 방해했습니다. 허나 스탈린 사후 트로핌 리센코의 영향력이 적어지고 미국에서 유학하다 중국에 귀국한 첸쒜썬이 Technical Cybernetics라는 논문으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를 공산주의 국가에 전파하면서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마침 소련에 컴퓨터도 등장해 소련의 학자들은 모든 것을 수학적으로 제어하는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를 인간이 설계해 한계점이 너무도 분명한 소련 계획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기술로 생각했습니다. 스탈린 이후 서기장으로 집권한 흐루쇼프는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큰 흥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 컴퓨터로 소련을 연결하는 꿈, 오가스ОГАС

기지국을 연결하는 오가스 개념
기지국을 연결하는 오가스 개념

아나톨리 키토프 대령은 드넓은 소련 국토의 컴퓨터를 연결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고 명령하는 체계를 만들려는 계획인 중앙국제통제망ЕГСВЦ(Единой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сети вычислительных центров)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넓은 소련 국토를 연결한 연결망은 군사 작전으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들었고 군사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며 큰 비용이 드는 연결망을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빅토르 글루쉬코프는 소련 계획경제를 담당하는 관공서를 전화선으로 연결하자는 자동 정보처리 및 회계 연결체계Обще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автоматизированная система учёта и обработки информации, 줄여서 오가스ОГАС 계획을 당국에 발표했습니다. 오가스ОГАС는 군사용 통신망을 좀 더 소련 경제에 효율을 불어넣는 생산성을 부여하려고 한 시도였습니다.

여러 기지국의 연결로 구성된 오가스 구상안

빅토르 글루쉬코프는 1962년 오가스ОГАС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소련의 모든 행정구역을 전산망으로 연결해 컴퓨터라는 기계로 모든 것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거대한 체제를 당국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소련 당국은 계획의 현실성과 실제로 체제를 구축하는데 소모되는 비용, 그리고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에 대해 남아있는 불신 때문에 오가스ОГАС 계획 추진에 무관심했고 오가스ОГАС는 청사진에서 멈췄버렸습니다. 하지만 소련 학계는 이미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를 공산주의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기술로 여겨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 열풍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도시 간 통신망 연결을 시도하며 조금씩 기계로 통신망을 연결해 자동 제어하는 체계가 발전해갔습니다.

1965년 소련 전역에 보급된 БЭСМ-6
1965년 소련 전역에 보급된 БЭСМ-6

1965년 총리 코시긴의 주도로 시작된 1965년 소련 경제 개혁에 컴퓨터를 연결해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를 실현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БЭСМ-6 컴퓨터를 소련 정부기관 전체에 보급했고 가까운 도시를 컴퓨터로 연결해 빠른 보고와 행정처리를 시도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컴퓨터 기술력이 부족했으며 모든 것을 설계하고 계획해 수행하는 계획경제 체제 때문에 컴퓨터를 대량생산하지 못하고 소련 관공서 수만큼 생산하는 것에서 멈췄습니다. 그래서 소련의 관공서 외에는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고 소련 정부는 여전히 끼베르네띠까Кибернетика를 의심했기에 소련 전체를 연결하는 연결망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 사회를 시도한 칠레

신꼬

한편 1970년 칠레에서 칠레 사회당의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연구였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을 실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전신기와 컴퓨터를 연결해 통신망을 구축한 영국의 과학자 스테포드 비어의 개발품을 그대로 칠레 행정에 적용했으며 1971년부터 1973년까지 3년간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칠레 공장의 전신기와 중앙정부의 컴퓨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전신기에 공장 생산량을 작성하면 중앙 컴퓨터로 보고되어 중앙 컴퓨터에서 이를 받고 계산해 노동에 대한 배급을 계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이 체계를 혁신이라는 뜻의 신꼬Synco라고 불렀으며 또다른 이름으로 사이버신Cybersyn이라 명명했습니다.

신꼬의 복잡한 구조
신꼬의 복잡한 구조

하지만 당시 중앙 컴퓨터의 성능이 매우 낮았으며 칠레 전국에서 오는 데이터를 모두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오후 5시 퇴근 전에 한번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때문에 칠레의 신꼬Synco는 세상에 너무 일찍 나와 빛을 발하지 못한 비운의 사회 행정체계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계획경제를 실행해야 하는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국가에게 진정한 계획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희망으로 여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걸 계산하고 필요량만 생산하는 계획경제 때문에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를 구현할 기술발전과 인프라 구축에 실패했습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 시장경제의 본고장인 미국 역시 컴퓨터를 연결해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를 사회에 구현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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