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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학/세상을 바꾼 IT

[세상을 바꾼 IT: 태동] Z 시리즈, 잊혀진 선구자

by 롱카이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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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역학을 계산할 기계

항공역학
항공역학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비행기 기술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많은 공학자들과 정치인, 군인은 비행기가 비행선을 밀어내고 하늘을 지배할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고 항공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항공산업을 장려했고 많은 인재들이 항공설계에 뛰어들었습니다. 1910년 독일제국에서 태어나 혼란스러운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를 살아간 콘라트 추제 역시 그 인재 중 한명이었습니다.

콘라트 추제
콘라트 추제

그는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나 토목공학에 흥미를 느껴 토목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졸업 후 포드 모터 컴퍼니에서 디자인부로 일을 한 뒤 헨셸 기업으로 이직해 항공기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그가 담당한 항공기 디자인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베르누이 법칙을 비롯한 각종 물리법칙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물리법칙 계산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그는 한셸에서 일하며 이런 복잡한 계산을 담당하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실험모델VersuchsModell의 등장

실험모델 설계도
실험모델 설계도

1935년 콘라트 추제는 자비로 그 기계를 개발하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 그의 집에서 계산하는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그는 전기로 돌아가는 고사양 전자계산기 개발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의 발명품은 1935년에 개발을 시작해 1938년 완성되었으며 그는 그 기계를 실험모델VersuchsModell이라고 불렀습니다. 실험모델VersuchsModell은 불 논리에 따라 부동소수점을 계산하고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고 천공카드를 이용해 명령을 입력하면 계산을 한 뒤 계산결과를 저장하는 저장기관이 존재했습니다. 그 저장기관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기록과 삭제가 가능했습니다. 그가 개발한 실험모델VersuchsModell은 후에 등장할 폰 노이만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컴퓨터였습니다. 허나 당시에는 처음 개발하는 기계여서 완벽한 계산을 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 튜링 완전 컴퓨터 Z3 등장

Z3
Z3

그는 실험모델VersuchsModell 개발을 시작으로 후속 기계 개발에 나섰습니다. 여담으로 그는 그의 기계를 실험모델VersuchsModell이라 불렀으나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국이 V1, V2 로켓을 개발하자 로켓과 구분하기 위해 Z1이라 불렀는데 그것이 후대에 굳혀 Z1로 불립니다. 여기서도 이제부터 실험모델VersuchsModell을 Z1이라 부르겠습니다. 이어 그는 1940년 독일항공연구소에 Z2를 선보여 독일국의 항공기 설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1941년 Z3을 선보였습니다. Z3는 22비트 이진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하며 연산장치와 기억장치가 있는 컴퓨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Z3는 튜링 기계와 동일한 계산능력을 보유한 튜링 완전 기계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허나 Z3는 여전히 천공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기계였습니다.

 

 

 

  • 그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 플란칼퀼Plankalkül

연합군의 베를린 폭격
연합군의 베를린 폭격

1939년 독일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럽은 대규모 전쟁에 휩싸였습니다. 독일군은 전쟁의 우위를 결정짓는 제공권 장악을 위해 성능이 좋은 전투기 개발을 원했고 콘라트 추제에게 활공폭탄 계산을 위한 컴퓨터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이에 그는 1942년 S1과 S2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Z3보다 성능이 우수한 Z4를 개발하는 도중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급히 그의 집에서 피신했습니다. 연합군의 폭격으로 그의 집에 남아있던 Z1과 Z2는 파괴되어 사라졌지만 개발 중인 Z4는 살아남았고 그는 Z4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Z4 컴퓨터
Z4 컴퓨터

그는 수많은 컴퓨터 개발경험을 통해 천공카드를 통한 컴퓨터 명령어 입력이 어려움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천공카드 규칙을 더 규칙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어 명령어 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Z4 컴퓨터 개발과 함께 컴퓨터 명령어 문법 개발에 나섰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에 콘라트 추제와 연구원들은 Z4 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또한 Z3 컴퓨터에 입력할 기계어를 사람이 알기 편하게 번역한 명령어도 개발했습니다.

플란칼퀼
플란칼퀼

콘라트 추제는 그 명령어를 플란칼퀼Plankalkül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플란칼퀼Plankalkül은 Z3 컴퓨터에 입력할 명령어로 개발되었으며 구멍의 규칙으로 이루어진 기계어 위에 사람이 사용하는 기호를 이용해 논리식을 전개해 사람이 천공카드를 읽고 어떤 명령을 내리는지 이해하게 만든 세계 최초의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였습니다. 플란칼퀼Plankalkül을 읽는 법은 다소 복잡했지만 오로지 구멍 패턴을 읽고 어떤 명령인지 해독해야 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직관적이고 언어만 배운다면 누구나 어떤 명령어인지 읽고 이해할 수 있었고 본인이 명령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는 컴퓨터에 명령하는 난이도를 확 줄인 혁신이었습니다. 허나 아쉽게도 플란칼퀼Plankalkül을 이용해 Z3 컴퓨터를 작동시키지 못해 프로그래밍 언어 청사진만 제시할 뿐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 독일국 패전과 잊혀진 Z 시리즈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국의 패배로 끝이 났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국 패전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시대는 그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Z4 컴퓨터가 개발된 지 몇달 지나지 않아 독일국은 소련군에게 베를린이 함락당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일은 베를린이 연합국에게 분단되고 국토가 분단되며 혼란에 빠졌고 패전으로 경제가 엉망이었기에 Z4 후속연구는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그는 자유진영이 점령한 서독에 머물었고 1947년 마셜 계획으로 서독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Z 시리즈 연구를 재개했습니다.

1989년 복원한 Z1
1989년 복원한 Z1과 콘라트 추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 연구는 미국이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는 컴퓨터들이 없었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황폐화된 중유럽은 컴퓨터를 사용할 기회 자체가 매우 희박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1950년 스위스의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는 그랑드 디상스 댐 건설을 위해 Z4 컴퓨터를 주문했고 콘라트 추제는 1대의 Z4 컴퓨터를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에 팔았습니다. 덕분에 Z4 컴퓨터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Z4 이후에도 여러 Z 시리즈 컴퓨터를 개발했지만 패전국 독일출신이라는 점과 입력장치도 디지털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Z 시리즈 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졌습니다. 또한 콘라트 추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조용히 컴퓨터 이론에 대한 개인연구에 집중하고 그 성과를 세계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미국은 놀라운 속도로 컴퓨터를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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