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명물 아이스크림, 호키포키
- 영미권의 달고나, Honeycomb toffee

한국에는 설탕에 베이킹소다를 섞은 후, 불에 구우며 막대로 저어 만드는 달고나가 있습니다. 한국의 달고나는 달달 씁쓸한 맛 덕분에 어린이는 물론이고 성인도 좋아하는 한국 대표 간식거리이죠. 달고나는 그냥 먹으면 바삭하게 부셔지고 혀에 착 달라붙은 후 빠르게 녹아 깊은 달달한 맛이 입안을 맴도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거기에 막 완성된 달고나의 겉면이 좀 식으면 각종 모양 누르개로 눌러 여러 모양을 만들고, 이를 뜯어 먹는 재미가 있죠.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독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징어 게임 속에 나온 달고나가 전세계에 큰 유행을 탔죠. 마침 그 때 코로나 시기여서 전세계 사람들이 설탕과 베이킹 소다로 달고나를 만들고 달고나 모양을 유지하며 뜯는 달고나 챌린지에 푹 빠져있었죠. 여튼 한국의 달고나는 만들기 쉽고 뜯어 먹는 재미가 있는 간식입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해서 한국의 달고나와 비슷한 간식이 전세계에 많습니다. 특히나 달달한 것 + 베이킹 소다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요리법 덕분에 비슷비슷한 간식거리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일본에는 카루메야키カルメ焼き, 중국 남부 지방과 타이완에는 펑탕膨糖, 헝가리에는 퇴뢰크메즈törökméz 등 전세계에 비슷한 과자가 널리 있습니다. 영미권도 당연히 있는데, 영미권에서는 이를 Honeycomb toffee라고 불러요.

Honeycomb toffee는 영국에서 먼저 만들어진 음식으로, 대영제국 시절 전세계로 퍼져 지금도 영연방 등 영미권에 널리 퍼진 간식이에요. 만드는 방법은 설탕 + 당밀(혹은 옥수수 시럽) + 베이킹 소다를 섞으며 불에 구워 부풀려 구운 후, 식용 망치로 부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 만들어요. 이렇게 만든 Honeycomb toffee는 부셔진 단면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모습이 마치 벌집 같다고 해서 Honeycomb toffee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 뉴질랜드의 Hokey pokey

그리고 영연방 및 영미권은 범위가 정말 넓죠. 잉글랜드 주변에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포함해 캐나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등 아주 많은 나라들이 속해요. 그리고 당연히 영역이 넓은 만큼 지역 별로 차이들이 존재해요. 당장 미국도 동부, 남부, 서부가 다 문화가 눈에 띄게 다르니 말이죠. Honeycomb toffee를 미국 동부는 Sponge candy나 Sea form이라고 부르고, 중부는 Honeycomb, Angel food candy라고 부르고 캘리포니아 쪽에서 Sea form candy라고 부르는 등 지역 별 명칭이 달라요.

그리고 잉글랜드 본토에서 멀리 떨어지고 마오리 문화를 흡수해 독자 문화를 형성한 뉴질랜드에서는 허니콤브 토피Honeycomb toffee를 Hokey pokey라고 불러요. 호키포키 이렇게 발음하죠. 왜 호키포키라고 발음하는지 설은 다양해요. 가장 유력한 설은 영미권으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노점상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호키포키라고 말한 것이에요. 하지만 호키포키라는 표현은 뉴질랜드 마오리어와 은근 비슷해서 다른 영미권 국가에서는 사라지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어요.
- 사탕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뉴질랜드에서 호키포키는 본토에서 그랬듯이 한동안 달달한 과자를 지칭하는 표현이었어요. 이는 그러다가 호키포키라는 표현이 너무 흔하고 진부해져 마케팅이 잘 먹히지 않자 뉴질랜드에서는 호키포키에 변화가 일어났어요. 남반구에 위치해 여름이면 더 덥고 건조해 땅이 타는 듯이 불타는 뉴질랜드 기후에 살던 기업들은 현지인들이 기운을 차리기 위해 찾는 호키포키를 바꿨죠.

그 방법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호키포키 과자를 섞어 더욱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거였어요. 강한 햇빛으로 땅이 뜨거워 기운이 녹아나가는 뉴질랜드 여름에 달달한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은 일단 시원해서 더위를 삭 가시게 했고, 달달한 당분으로 기운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했어요.

덕분에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은 등장하자마자 바로 뉴질랜드 전역에서 대박이 났죠. 매해 여름이면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을 찾았고 기업과 가게들은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홍보했어요.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호키포키Hokey pokey라는 표현은 사탕을 의미하는 것에서 아이스크림을 의미하는 걸로 뜻이 바뀌었죠.
- 뉴질랜드의 호키포키 사랑

이렇게 뉴질랜드 전역을 차지한 호키포키는 뉴질랜드의 문화로 견고하게 자리잡았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뉴질랜드 문화가 되었어요. 이전에는 뉴질랜드만의 전통 음식, 혹은 식문화라고 말하면 마오리족의 전통 음식을 소개했다면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이 등장한 이후로는 대부분의 뉴질랜드 사람들이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을 뉴질랜드 식문화로 소개해요.

심지어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호키포키 사탕이나 과자, 초콜릿이 등장하며 사탕이던 호키포키가 아이스크림의 변형 제품으로 소개되는 주객전도마저 일어날 정도이죠. 해외 식품 기업이 뉴질랜드에 진출할 때 호키포키 맛 과자나 사탕, 초콜릿을 출시해 뉴질랜드 시장을 공략할 정도입니다.
- 뉴질랜드와 함께하는 호키포키

뉴질랜드 사람들이 호키포키를 좋아하는 만큼 많은 호키포키 기업들이 존재하죠. 그리고 그 중 국민 호키포키로 찬양(?)받는 호키포키 브랜드가 있어요. Tip Top이라는 브랜드로 세계적인 호키포키 기업이에요. 그래서 뉴질랜드 마트에 가면 냉동식품 코너에 Tip Top 브랜드의 거대한 호키포키 박스들이 줄지어 있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관광객들은 뉴질랜드 길거리 어디에서나 호키포키 전문점을 만날 수 있죠. 그래서 거기서 호키포키 콘을 구매할 수 있는데 젤라또처럼 주는 곳도 많지만 초콜릿을 좋아하는 영연방 국가답게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겉면을 초콜릿으로 덮어 녹아 흘러내리지 않게 코팅해준 상태로 주는 곳도 많아요. 그래서 길거리에 돌아다니며 흘릴 걱정 없어 즐길 수 있죠.

그래서 뉴질랜드 여행할 때 호키포키를 꼭 알아두고 가서 호키포키를 즐겨보시길 추천해요. 지역 별로, 가게 별로 특색있는 호키포키를 많이 만날 수 있을 거고, 특히 11월~5월 뉴질랜드의 여름에 뉴질랜드를 방문하면 호키포키로 몸을 시원하게 하고 여행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으며 더 즐겁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