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동물: 뱀, 창조와 지혜
- 허물 탈피

파충류는 피부를 보호하고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늘로 피부를 덮어 생존을 유지하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비늘로 피부를 덮는 것에는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단단한 단백질 덩어리인 비늘은 몸 외부를 단단하게 고정해 성장을 억제합니다. 그래서 파충류는 단단한 비늘을 제거하고 수분이 가득 차 언제든지 변형되고 팽창할 수 있는 새로운 비늘을 만든 후 탈피를 해 단단한 비늘에서 벗어나 몸을 키웁니다. 파충류는 성장기 동안 자주 탈피를 하며 성장기가 끝난 후에도 영양분이 충분히 있으면 언제든지 탈피를 하며 계속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는 포유류는 할 수 없는 일이며 포유류인 인간이 보기에 신기한 현상입니다.

파충류들은 주기적으로 탈피를 하는데 거북이와 악어, 도마뱀은 탈피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가장 흔한 뱀은 허물을 벗는 모습을 인간에게 자주 노출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기존 허물을 벗고 나오는 뱀을 보고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그들 눈에는 뱀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 갑자기 죽더니 시체가 갈라지고 새로운 놈이 나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뱀이 허물 탈피하는 모습을 보고 부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인간은 뱀을 부활하는 동물로 여겼으며 스스로 부활하는 능력을 가진 영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뱀이 가진 창조 능력

인간 눈에 뱀은 매우 신기한 동물이었습니다. 뱀은 알을 매우 많이 낳는 동물로 한번에 10개는 넘는 알을 낳습니다. 알을 많이 낳는 것은 거북이와 악어 등 파충류가 기본적으로 가진 본능이지만 인간에게는 뱀 알만 보이고 다른 파충류의 알은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인간들은 10개는 족히 넘는 뱀 알을 보고 다산하는 동물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부활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종합하면 뱀은 생명을 계속 만들어내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뱀은 생명을 창조하는 동물, 더 나아가 세상을 창조하는 동물로 여겨졌고 신격으로 숭배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메소아메리카의 케찰코아틀이 세상을 창조한 신으로 숭배받았고 아프리카 신화에서 뱀은 세상을 창조하고 세상을 떠받는 신성한 동물로, 인도신화에서 머리를 여러개 가져 몇배로 지혜로워진 뱀은 비슈누를 보좌하며 비슈누를 도와 세상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반신격 동물로 숭배받았습니다. 이처럼 뱀은 창조와 유지를 담당하는 신격으로 숭배받았고 인간에게 이로우며 복을 주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 의학에 정통한 뱀

부활하는 뱀은 의학을 상징하는 동물로도 여겨졌습니다. 어느 인간 문명에서나 의학의 최종 목표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으로 뱀은 이미 열심히 부활하는 동물이기에 인간은 뱀이 부활하는 비결을 알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뱀에게 직접 물어봐 부활하는 비법을 알아내려는 시도 역시 했으며 고대 의사들은 뱀을 관찰하고 뱀을 의학에 정통한 동물로 여겼습니다. 일부는 뱀을 먹어 부활하는 법을 익히려 했고 일부는 뱀을 신격으로 모시며 뱀에게서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그리고 뱀을 모시며 뱀을 따라 아프고 죽기 직전으로 간 사람을 치료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뱀은 의학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고 지금까지 의학을 상징하는 동물로 대접받습니다.
- 지혜로운 동물

뱀의 행동 역시 인간에게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리가 없는 뱀은 천천히 움직였으며 그럼에도 빠르게 움직이는 쥐 등 동물들을 능숙하게 잡아먹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공격하려고 하면 독으로 그 사람이 공격불능 상태에 빠뜨리게 만들었으며 독이 없는 뱀은 어디든 기어가 기가 막히게 피해갔습니다. 이는 뱀이 생존하는 비법을 터득하고 이를 지혜롭고 훌륭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뱀이 부활하는 것이 아닌 그저 피부인 허물을 벗는 것이 밝혀진 이후로는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탄생한 뱀이 과거의 실수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지혜를 얻고 성숙해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그렇기에 뱀은 지혜로운 동물을 상징했습니다.
- 사악한 동물

하지만 독침으로 사냥감을 사냥하고 사냥감을 목졸라 죽이는 뱀을 본 인간은 그 사냥법이 교활하고 잔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뱀을 교활하고 악한 동물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땅에 누워 자는 인간은 자다가 뱀에 물려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으며 치사하게 독으로 죽이는 뱀을 잔악하고 비겁한 동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뱀이 악한 동물로도 취급받았고 그것이 가나안으로 전해져 가나안 사람들도 뱀을 악한 동물로 여겼습니다.